러시아군이 점령한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에서 친러시아 인사들에 대한 암살 시도가 잇따르는 등 저항운동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1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에 따르면 최근 2주간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주(州)에선 저항군이 러시아 편에 선 우크라이나인을 암살하려는 시도가 3건 발생했다. 헤르손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3월 초 점령당했다.
첫 번째 암살 표적은 헤르손주 교도소장 에우제니 소볼레프였다. 지난달 16일 소볼레프의 흰색 아우디 Q7 차량에서 폭발이 일어나 유리창이 깨지고 차는 크게 망가졌다. 소볼레프는 살아남았다.
그로부터 약 일주일이 지난 24일에는 헤르손주 청소년체육부 담당자 드미트리 사블루첸코가 공격을 받아 사망했다. 이 지역 시민군 정부 수반 고문인 세르히 클란은 "배신자 사블루첸코가 차 안에서 폭발했다"면서 "우리 저항군이 또 다른 승리를 거뒀다"고 주장했다
이어 28일에는 또 다른 친러 관리가 타고 있던 차에 불이 났다. 이 관리는 살아남았지만, 신원은 확인되지 않았다. CNN은 "암살을 조직적으로 지도하는 단체는 드러나지 않았는데, 비슷한 공격 시도는 늘어나는 추세"라고 전했다.
미국 정부는 암살 시도가 현재 헤르손주에 국한되긴 했지만, 향후 저항운동이 빠르게 확산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또한 괴뢰정부를 수립·운영하고자 하는 러시아에는 중대한 도전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 고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관료는 "기존 주지사, 시장, 기업가를 대체한 매국노(quisling)에 대한 암살 시도 보고가 있어왔다"며 "이는 확실히 그 자리들을 차지하려 했던 러시아 동조자나 러시아인들을 단념시켰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러시아가 헤르손을 완전히 통제하기 위해 필요한 병력을 보유하지 못했다고도 보고 있다. 특히 동부 돈바스 전투에 집중하기 위해 러시아가 헤르손주에서 일부 병력을 빼낸 후엔 상황이 악화했다. 효과적인 통제를 위해선 깨끗한 식수 제공과 쓰레기 수거 등 기본적인 정부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데 저항 운동으로 이 또한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러시아는 헤르손 병합을 본격 추진하고 있다. 헤르손의 러시아 괴뢰정부는 지난달 29일 러시아 편입을 위한 주민투표 준비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정확한 투표 날짜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올해 안에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같은 날 러시아 당국은 우크라이나 시민들이 선출했던 헤르손 시장 이호르 콜리하에우를 납치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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