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서울 도심의 일선 지구대를 방문했다. 대통령실은 경찰의 치안대응 상태를 점검하기 위한 행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일선 경찰에 대한 격려에 초점을 맞췄다. 내달 초 행정안전부 내 경찰국 출범을 앞두고 경찰의 거센 반발에 윤 대통령이 일선 경찰들과 스킨십을 늘린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서울 서대문구 신촌지구대를 방문했다. 지구대 1층에서 근무하던 경찰 4명과 악수한 후 윤 대통령은 신촌지구대와의 인연을 설명하면서 분위기를 풀었다. 윤 대통령은 “신촌지구대라고 해서 어딘지 모르고 와보니까, 제가 연희동에서 한 50년 가까이 살았다”면서 “그래서 옛날 이 신촌파출소가 되게 낯익다”고 반가워했다.
윤 대통령은 계속해서 친밀감을 형성하려 애썼다. 윤 대통령은 오영국 지구대장(경정)으로부터 지구대 업무보고를 들은 뒤 경찰 한 명, 한 명을 격려하면서 “여기가 사건이 많은 파출소인데, 나도 학생 때 술 먹고 지나가다 보면 이곳 안은 바글바글했다”며 “여기서 정리가 안 된 사람은 서대문경찰서 형사과로 보내지 않느냐”고 관심을 표했다. 윤 대통령은 근무자 전원과 일일이 악수를 하며 이름을 물어보면서 “고생이 많다”고 격려했다.
다음 주 휴가를 떠나는 윤 대통령은 경찰들에게 휴가 계획을 묻기도 했다. 한 경찰관이 “지난주 강릉ㆍ속초로 휴가를 다녀왔다”고 하자, 윤 대통령은 “강릉ㆍ속초도 시설이 잘 돼 있어서 외국 같다. 커피도 먹었느냐”고 물었다. 이어 “나도 옛날에 강릉이 외가이기도 하지만 근무를 해봤는데 막국수 잘하는 집이 참 많다”며 관심을 보였다.
윤 대통령의 이날 신촌지구대 방문은 하루 전날 갑작스레 공지된 일정이었다. 정치권에선 윤 대통령이 경찰국 신설로 반발하는 경찰을 누그러뜨리려는 행보가 아니냐고 풀이했다.
다만 일각에선 ‘순경 출신과 경찰대 출신을 분리하는 대응’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이번 경찰 반발 사태를 경찰대 출신이 주도한 것이라고 규정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은 26일 이 장관에게 업무보고를 받은 뒤 “전체 경찰 중 순경이 96.3%인데 순경 출신 경무관은 2.3%에 불과하다”며 경찰대 출신과 일반 출신 간 불균형을 지적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한 경찰관(경사)을 향해 “임용된 게 2010년이구나”라며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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