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런던으로 향한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런던에 도착했지만, 당초 당일 계획이었던 영국 의회 건물 웨스트민스터 궁전 내 웨스트민스터 홀에 안치된 여왕의 관은 조문하지 못했다. 대통령실 측은 현지 교통 상황 때문에 일정을 진행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인터넷에선 윤 대통령이 기껏 먼 나라까지 헛걸음을 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지만, 이 조문은 장례식 자체와는 별개다. 통상 여러 나라의 국장에서는 관을 일반 공개(Lying in state)해 일반 대중에게 조문을 받는 게 일반적인데,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 가지 못한 것이다. 실제 여왕의 장례는 19일 여왕의 관이 웨스트민스터 궁전에서 왕실 공동묘지 격인 웨스트민스터 사원으로 운구되면서 진행될 예정이다.
조문을 하지 못한 것이 급기야 '홀대 논란'으로 비화하자 대통령실이 해명에 나섰다. 김은혜 홍보수석은 19일 "18일 이른 오후까지 도착한 정상은 조문할 수 있었고, 런던의 복잡한 상황으로 오후 2~3시 이후 도착한 정상은 19일로 조문록 작성이 안내됐다"고 설명했다.
전날 다른 정상들의 동선을 보면, 웨스트민스터 궁전에서 참배를 마친 정상이 버킹엄궁 근처 영국 정부 소유 건물인 랭커스터하우스로 이동해 조문록을 작성하는 식으로 일정을 진행했다. 대통령실 설명에 따르자면 윤 대통령은 런던 시내에 늦게 도착했기 때문에 18일 직접 참배는 하지 못하고 19일에 여왕 장례를 마친 후 조문록만 작성하게 됐다.
윤 대통령은 방문하지 못했지만, 18일에는 여러 각국 원수와 행정부 수장들이 일제히 웨스트민스터 궁전에 모여들었다. 특히 눈길을 끈 것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부부다. 런던 거리를 직접 걸어서 조문에 나섰기 때문이다. 총기를 지참한 경호원을 대동하기는 했지만 간소한 행렬이라 행인들은 마크롱 대통령을 알아보는 사람 반, 알아보지 못하는 사람 반이었다고 영국 타블로이드지 메일 등이 전했다.
반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부부는 미국 대통령 전용 방탄 리무진 '비스트'를 타고 웨스트민스터에 도착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국장 방문 내내 '비스트'를 이용하게 되는데, 다른 수장들보다 암살 위협이 크기 때문이라는 게 양국 정부의 설명이다. 하지만 각국 국왕들마저 버스를 타고 함께 이동하는 동안 특별대우를 받는 것이어서 지난주부터 각국에서 영국 정부를 향한 불만이 제기되기도 했다. 한 영국 관리는 미국 워싱턴포스트에 "각국 수장들의 특별 요청을 모두 거절하지는 못하지만, 열에 아홉은 거절된다"고 말했다.
18일 웨스트민스터 궁전을 찾아 여왕의 관을 참배한 인사들은 나루히토 덴노(일본 국왕)와 마르그레테 2세 덴마크 국왕, 펠리페 스페인 국왕, 칼 구스타브 16세 스웨덴 국왕 등 각국 왕실을 비롯해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샤를 미셸 EU 이사회 의장,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 아일랜드의 마이클 히긴스 대통령과 미하일 마틴 총리, 셰이크 하시나 방글라데시 총리 등 각국의 수장이다.
프란치스코 교황 대리로 파견된 폴 갤러거 교황청 국무원 외무장관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영부인 올레나 젤렌스카도 웨스트민스터 홀에 모습을 보였다. 중국의 왕치산 국가부주석은 당초 의회 쪽에서 의회 건물에 들일 수 없다는 이유로 참배가 불허됐다는 보도가 있었지만, 이날 별문제 없이 외교사절 자격으로 여왕의 관을 참배했다.
이에 앞서 영국 국왕을 국가수반으로 하는 국가들의 행정수장인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등은 다른 지도자보다 이른 시점에 런던에 도착해 조문을 마쳤다.
영국 런던 웨스트민스터 홀에서 일반 공개가 진행된 15일부터 18일까지 나흘간 여왕의 묘를 보기 위한 인파가 몰려들어 일반인들은 긴 줄을 섰다. 각국 외교사절과 영국 의회 의원 및 동반인 등 VIP로 분류되지 않은 이들은 모두 개별적으로 줄을 서서 여왕의 관을 조문했다.
유명인들 중에는 영국 축구 선수 출신 유명인 데이비드 베컴, 영화배우 틸다 스윈턴과 가수 제임스 블런트 등도 줄을 서서 대기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베컴은 자신에게 주어진 VIP 특례를 대신 사용하라는 한 하원의원의 제안도 거부하고 끝까지 줄을 선 끝에 관 앞에서 눈물을 보이는 모습이 포착돼 화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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