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76) 전 미국 대통령의 2024년 대통령 선거 출마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중간선거 일주일 뒤인 15일(현지시간) 출사표를 던지며 대선에 본격 시동을 건다. 미국 대권 동향을 알릴 이번 선거가 공화당 승리로 기울어진 만큼, ‘레드 웨이브(공화당 바람)’를 타고 향후 경선 레이스에서 당내 지지 여론을 선점하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중간선거(8일) 하루 전 미국 오하이오주에서 열린 마지막 유세에서 “15일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러라고에서 중대 발표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무슨 내용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이날 유세장에 모인 공화당 지지자들은 해당 발언을 '차기 대선 출마' 예고라고 짐작하며 환호했다.
사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도전은 예고된 수순이다. 그는 2020년 대선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패한 이후 줄곧 2024년 재출마 의지를 비쳐 왔다. 최근 들어서는 “미국을 영광스럽게 만들기 위해 조만간 무언가를 다시 할 것”이라거나 자신의 공화당 내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이 71%에 달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등 발언 강도를 높여 왔다.
미국 언론에서는 그가 7일 마지막 유세 자리에서 출마를 발표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트럼프 전 대통령 역시 중간선거 전 출마를 공식화하고 싶어 한 것으로 알려졌다. ‘잠룡’으로 불리며 공화당 잠재적 대선주자로 떠오른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의 인기가 날이 갈수록 높아지자 마음이 조급해진 탓이다.
그러나 그의 측근과 참모들이 만류했다. 출마 소식에 민주당 지지 유권자들이 결집할 것을 우려해서다. 중간선거가 ‘트럼프 신임 투표’ 구도가 되는 것도 공화당 입장에서는 부담이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소식통을 인용, “당 지도부들도 트럼프가 중간선거가 끝날 때까지 발표를 삼가라고 수차례 전화했다”고 전했다.
다만 이날 그가 ‘깜짝 예고’로 운을 띄운 것은 중간선거 무게 추가 공화당으로 기울어졌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적극 밀어 온 후보들이 선거에서 이길 경우 그의 당내 입김은 한층 커진다. 통상 중간선거 직후 워싱턴 정가가 급속히 대선 정국으로 재편되는 점을 감안하면, 그가 자신에 대한 우호 분위기를 동력 삼아 경선에서 우위를 점하려 한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출마 선언 장소와 날짜가 경쟁자를 겨냥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언급한 마러라고는 자택이 있는 곳이자 최대 경쟁자인 디샌티스 주지사의 텃밭이다. 디샌티스 주지사 앞마당에서 재도전을 선언하며 노골적인 견제구를 던지는 셈이다.
WP는 “15일은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이 회고록을 출간하는 날”이라고도 설명했다. 또 다른 공화당 유력 대선 후보로 꼽히는 펜스 전 부통령은 이 책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공개 비판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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