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단독 면담 요청을 거부하면서 양측 간 만남이 불발됐다. 전장연은 20일부터 지하철 선전전을 재개하고, 서울시도 소송전으로 전장연을 압박하면서 양측 간 갈등이 다시 고조될 전망이다.
오 시장과 단독 면담을 전제로 시위를 멈췄던 전장연은 19일 “서울시가 단독 면담을 거부했다”며 “예정대로 20일부터 선전전을 다시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오 시장은 지난 4일 전장연의 단독 면담 요청에 “만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답했다.
서울시는 이후 다섯 차례에 걸쳐 전장연과 협의했지만 면담 방식을 두고 입장을 좁히지 못했다. 서울시는 “전장연 요구사항 중 장애인 탈시설 관련 예산에 대해 찬반 양론이 있어 다른 장애인 단체 의견도 들어야 한다”며 비공개 합동 면담을 전장연에 17일 최종 통보했다. 전장연은 이에 “시는 이미 다른 장애인 단체들과 면담하면서 지하철 탑승 시위에 대해 비난했다”며 단독 면담 입장을 고수했다.
서울시는 이날 면담 무산 직후 강경 대응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동률 서울시 대변인은 "전장연의 면담 불참선언은 지하철 운행방해 시위를 계속하겠다는 것"이라며 "시민 불편과 불안을 초래하는 시위를 계속한다면 더 이상 관용은 없다"고 발표했다. 교통공사도 이날 자료를 내고 지난 2년간 전장연 지하철 탑승 시위로 발생한 피해 규모가 4,450억 원으로 추산된다며 전장연을 압박했다.
서울시는 양측 갈등을 조정하기 위해 법원이 제시한 '2차 조정안'도 사실상 거부할 방침이다. 법원은 교통공사가 전장연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5분 초과 열차운행 지연 시'라는 조건부 항목을 삭제한 2차 조정안을 지난 10일 양측에 통보했다. 하지만 교통공사 측은 "탑승 시위 외 다른 방식의 시위가 가능하고, 불법 시위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하지 못하도록 했다"며 거부했다. 교통공사는 이 소송과 별개로 지난 6일 전장연을 상대로 6억여 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도 추가로 냈다. 2차 조정안 수용 여부는 설 연휴 직후인 25일까지 결정해야 한다.
전장연도 시위 재개 방침을 밝혔다. 전장연은 ‘오이도역 리프트 추락참사’ 22주기인 20일 서울지하철 4호선 오이도역과 서울역 등에서 삼각지역까지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면서 선전전을 진행할 예정이다. 지난 2, 3일 지하철 탑승 시위 중 장애인 지하철 탑승 제지가 인권침해에 해당한다며 오 시장과 김상범 교통공사 사장, 김광호 서울경찰청장 등 3명을 상대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다.
조한진 대구대 장애학과 교수는 “서울시가 면담 방식 등을 문제 삼아 전장연과 합의점을 찾지 않고 있다”며 “시가 전장연과의 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보다는 지하철 시위에 대한 여론에 기대 전장연을 압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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