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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1년

후쿠시마 시찰의 핵심... ALPS를 제대로 봐야 하는 이유

입력
2023-05-23 18:30
후쿠시마 원전 전문가 현장시찰단장인 유국희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이 21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출국장에서 출국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후쿠시마 원전 전문가 현장시찰단장인 유국희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이 21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출국장에서 출국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원전) 오염수 관리 상태를 보러 방일한 한국 측 정부 시찰단이 원전 현장 점검을 본격화했다. 이번 시찰의 핵심은 후쿠시마 오염수의 방사성 물질이 규제 기준 이하로 정화됐는가를 직접 확인하는 것. 원자력 전문가들은 시찰단이 점검해야 할 핵심은 다핵종제거설비(ALPS)의 성능이라고 입을 모은다.

ALPS는 원전 오염수에 있는 각종 방사성 물질을 제거하는 장비다. 오염수를 정화해 바다로 방류하려는 일본 정부의 구상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체계다. 23일 후쿠시마 원전을 방문한 현장시찰단의 점검 대상에도 ALPS의 흡착탑 등 중요 설비와 시스템 구성 등이 포함됐다.

원자력발전소 개념도

원자력발전소 개념도

통상 정상 가동 중인 원전은 에너지를 발생시키는 핵연료봉과 냉각수가 이중 파이프라인을 통해 분리돼 있다. ①핵연료봉과 접촉하는 물 ②열을 전달받아 터빈을 돌리는 물 ③온도를 식히기 위해 사용되는 물이 각각 물리적으로 분리돼 있어 방사선에 오염되지 않는다. 하지만 후쿠시마 원전은 2011년 사고 당시 핵연료봉이 녹아내리면서 이런 시스템이 무너졌다. 냉각수는 물론이고 인근의 지하수까지 핵연료봉과 직접 접촉하면서 다량의 오염수가 발생한 것이다.

이 오염수를 정화하려고 일본이 자체 개발한 방사성 물질 제거 장치가 ALPS다. 도쿄전력에 따르면 ALPS는 삼중수소를 제외한 세슘-137, 스트론튬-90 등 62개의 핵종을 국제 규제기준 이하로 제거할 수 있다고 한다.

다만 논란은 ALPS가 일본에서만 유일하게 쓰이는 설비라는 점에서 시작한다. 다량의 오염수가 발생한 원전 사고는 지금까지 후쿠시마가 유일했다. 이 때문에 대부분 나라들은 핵분열 과정에서 나오는 세슘을 중점적으로 거르는 정화 설비만 사용할 뿐 ALPS처럼 온갖 핵종을 제거하는 설비는 개발하지 않았다. 설비를 유일하게 개발·보유한 일본에서만 오염수 정화 작업을 진행하다 보니 국제적 신뢰를 얻기가 쉽지 않았다. ALPS가 62개 핵종 외에 삼중수소 등 다른 핵종을 제거하지 못한다는 우려 역시 여전하다.

후쿠시마 원전 다핵종제거설비(ALPS) 처리 과정. 박구원 기자

후쿠시마 원전 다핵종제거설비(ALPS) 처리 과정. 박구원 기자

현장시찰단은 시찰을 통해 ALPS의 정화 능력이 도쿄전력의 말처럼 신뢰할 만한 수준인지 점검할 방침이다. 현장 점검과는 별도로 ALPS 처리 전후의 농도분석에 대한 미가공 자료(로데이터) 역시 일본 측에 요구했다. 한국형 원전 개발 책임자를 지낸 이병령 전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은 "ALPS를 통해 다양한 핵종이 제대로 제거됐는지를 확인하는 게 이번 시찰단의 역할"이라며 "미가공 데이터 확보가 어렵다고 하더라도 과학·기술자들끼리 질문과 답변을 주고받다 보면 ALPS 성능이 신뢰할 만한 수준인지 결론을 내리는 데는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찰단은 이날 후쿠시마 원전 내 K4탱크에 대한 점검도 진행했다. K4탱크는 ALPS 처리를 거친 오염수를 방류 전에 보관하는 장치다. 오염수 샘플을 채취하고 방사성 물질을 측정하는 작업이 K4탱크에서 이뤄지는 만큼 오염수 균질화 등 샘플 채취에 문제점은 없는지를 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최동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