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가 생성형 인공지능(AI) 열풍을 타고 시가총액 '1조 달러'를 찍었다. 회사의 '몸값'이 1,300조 원을 넘긴 것으로, 반도체 기업 중에선 사상 처음이다. 다만 'AI 대표 수혜주'로 자리매김한 엔비디아의 질주가 언제까지 계속될지를 두고는 시장의 전망이 갈리고 있다.
30일(현지시간) 엔비디아 주가는 장중 7% 이상 급등한 419.38달러까지 치솟았다. 이에 시총은 1조 달러를 돌파했다. 하지만 오후 들어 차익실현 물량이 쏟아지며 상승폭을 반납한 결과, 2.99% 오른 401.11달러로 거래를 마감했다. 시총은 9,900억 달러를 약간 웃도는 수준이었다.
장중이라 해도, 이로써 엔비디아는 글로벌 반도체 기업 중 처음으로 '1조 달러 클럽 가입'이라는 기록을 쓰게 됐다. 올해 들어 주가가 세 배 가까이 폭등한 결과다. 2023년 상승률은 174%에 달한다. 시총 규모는 한국 1위 기업인 삼성전자(426조 원)의 세 배에 이른다.
현재 뉴욕 증시에서 시총 1조 달러를 넘긴 기업은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모기업 알파벳, 아마존 등 4곳에 불과하다. 엔비디아는 글로벌 강세장에 힘입어 2021년 6월과 10월, 각각 1조 달러 클럽에 입성했던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플랫폼과 테슬라를 멀찌감치 따돌리고 빅테크 4곳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메타플랫폼과 테슬라의 현재 시총은 6,000억 달러대에 머물러 있다.
엔비디아는 AI 열풍에 힘입어 최근 월가 예상치를 50%나 상회하는 2분기 매출 전망을 내놓으면서 몸값이 치솟았다. 생성형 AI 구동의 필수품인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 수요가 폭증한 덕분이다. 엔비디아는 전 세계 GPU 공급의 90%를 장악하고 있다.
시장은 대체적으로 엔비디아 질주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금융정보업체 리피니티브에 따르면, 월가는 엔비디아 목표주가 중간 값을 지난달 말 주당 300달러에서 450달러로 끌어올린 상태다. 투자회사 번스타인의 스테이시 라스곤 연구원은 "투자자들은 현재 엔비디아 강세가 새로운 궤도 진입을 보여주는 것인지 확인하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거품론도 제기된다. 캐시 우드 아크인베스트먼트 대표는 전날 "엔비디아 주가가 올해 예상 매출의 25배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며 주가가 고평가됐다는 의견을 내놨다. 하지만 아크인베스트먼트는 엔비디아의 상승세 전인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엔비디아에 대한 포지션을 대거 청산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