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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세계 최대 위협은 ‘악의 축’ 4개국 연대… 한국, 곧 방산 수출 4강”

입력
2023-12-04 02:00
수정
2023.12.04 03:23
에드윈 퓰너 미국 헤리티지재단 아시아연구센터 회장이 지난달 28일 미국 수도 워싱턴 인근 개인 사무실에서 한국 언론 워싱턴 특파원단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퓰너 회장은 2016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정권 인수위원으로 활동한 보수 성향의 친한파 인사다. 워싱턴 특파원 공동취재단

에드윈 퓰너 미국 헤리티지재단 아시아연구센터 회장이 지난달 28일 미국 수도 워싱턴 인근 개인 사무실에서 한국 언론 워싱턴 특파원단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퓰너 회장은 2016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정권 인수위원으로 활동한 보수 성향의 친한파 인사다. 워싱턴 특파원 공동취재단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정책 조언자(멘토)인 에드윈 퓰너(82) 미 헤리티지재단 아시아연구센터 회장이 내년 서방 세계가 직면할 가장 큰 위협으로 중국·러시아·이란·북한 등 반(反)미국 진영 4개국의 군사적·경제적 연대 강화를 지목했다. 또 한국이 조만간 세계 방위산업 수출 ‘4강권’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했다.

“레이건이 카터 이긴 1980년 대선 재연될 듯”

퓰너 회장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미국 수도 워싱턴 인근 개인 사무실에서 한국 언론 워싱턴 특파원단 및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 워싱턴 무역관과 진행한 인터뷰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그는 “군사 전략적 이익뿐만 아니라 경제적 관계에서도 과거보다 더 강하게 협력하고 있는 중국·러시아·이란·북한 등 ‘악의 축’ 4개국이 내가 생각하는 2024년 세계의 최대 위협”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의 러시아 원유 저가 구매 △이란의 대(對)러시아 무인기(드론) 공급 △북한의 대러시아 포탄 공급 등을 해당 국가들 간 협력 사례로 들었다.

이 언급은 “트럼프가 내년 세계의 가장 큰 위험 요인이 될 것”이라는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의 진단에 대한 반박 차원에서 나왔다. 최근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임 시절 동맹국을 경시하고 자국 이익만 중시하는 경제·외교 정책을 펴는 바람에 전후 초강대국 미국의 리더십이 지탱해 온 국제 질서의 안정적 토대가 흔들렸다고 분석했다. 내년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조 바이든 현 대통령을 누르고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할 가능성이 현재로선 크다는 게 미국 언론의 대체적 관측이다.

퓰너 회장의 선택도 트럼프 전 대통령이었다. 그는 “선거까지 11개월 반이나 남은 지금 합리적인 예측을 하는 것은 쉽지 않다”면서도 1980년 미국 대선 결과를 거론했다. 당시 공화당 후보인 로널드 레이건이 민주당 대통령이었던 지미 카터를 이겼는데, 그때 상황과 유사하다는 얘기였다. 4년 전보다 경제 상황이 결코 나아지지 않았다는 점, 특히 임금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정권 교체가 점쳐지게 만드는 근거로 제시했다.

에드윈 퓰너 미국 헤리티지재단 아시아연구센터 회장이 지난달 28일 미국 워싱턴 인근 개인 사무실에서 한국 언론 워싱턴 특파원단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워싱턴 특파원 공동취재단

에드윈 퓰너 미국 헤리티지재단 아시아연구센터 회장이 지난달 28일 미국 워싱턴 인근 개인 사무실에서 한국 언론 워싱턴 특파원단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워싱턴 특파원 공동취재단

트럼프 전 대통령이 최대 위협이라는 언론 평가에도 “전반적으로 과장됐다”며 동의하지 않았다. 지금 세계가 겪는 몸살은 바이든 대통령의 책임이 크다는 게 퓰너 회장 판단이다. 예컨대 지난해 2월 개전 후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그가 자초했다는 것이다. 퓰너 회장은 바이든 행정부 첫해인 2021년 9월에 대해 “아주 우울한 달이었다”고 회고하며 “(8월 말)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서 끔찍한 방식으로 철수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의 평판과 신뢰를 깎아 먹은 아프간 철수가 우크라이나 침공에 필요한 용기를 러시아에 줬을 수 있다”고 짚었다.

그 결과, 세계 안보 불안도 커졌다. 지금껏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들에 둘러싸인 지정학적 이점 덕에 경제 규모만큼 방위비에 큰돈을 쓰지 않던 독일 등 중유럽 국가들은 국방비 증액이 불가피하다는 것을 깨달은 상태라고 퓰너 회장은 강조했다. 다만 이는 한국에 기회라고 했다. 그는 “중유럽국들은 북한의 위협 탓에 일정 방산 규모를 유지해 온 한국에 주목하고 있다”며 “한국의 방산 수출은 현재 7, 8위 수준에서 아주 짧은 기간 내에 4위 수준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중국, 이제 좋은 무역 파트너 아냐… 벗어나야”

반면 중국은 더 이상 한국의 적절한 교역 파트너가 아니라고 조언했다. 안보를 위해 서방도 뭉쳐야 하는 만큼 미국이 전략적으로 ‘프렌드쇼어링’(동맹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을 추구하는 면이 있지만, 중국 자체의 매력이 떨어지기도 했다는 게 퓰너 회장의 설명이다. 그는 “태양광 패널 사업 전체를 중국에서 미국 조지아주(州)로 옮긴 한화나, 이제 휴대폰을 중국이 아니라 베트남에서 생산하는 삼성처럼 중국을 벗어나려는 시도는 중요하다”며 “3, 5, 10년 전에 비해 바람직한 무역 파트너로 여길 수 없게 만드는 내부적 어려움을 중국이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퓰너 회장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다시 집권하더라도 1기 때 같은 북미 정상 외교가 재연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트럼프는 (북한 국무위원장) 김정은과의 양자 관계가 문제 해결을 돕는 것은 아니라는 교훈을 얻었을 것”이라며 “북한이 정말 존중하는 것은 상대편의 힘과 결속력인 만큼 한미일 3국 공조를 더 발전시키라고 조언하겠다”고 말했다.

퓰너 회장은 대표적인 미국 내 아시아 전문가이자 친(親)한국파 인사로 꼽힌다. 1973년 보수 진영 정책연구기관(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 설립에 참여한 뒤 2013년까지 회장을 지냈다. 2016년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정권 인수위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현재 재단 내 아시아연구센터 회장을 맡고 있다. 지난 9월 헤리티지재단은 트럼프 행정부 출신 전직 관료들과 함께 트럼프 2기 국정 과제 공약집 초안인 ‘프로젝트 2025 보고서’를 발간하기도 했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