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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2020.06.03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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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ː잼 (News J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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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3.18 뉴잼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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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2020.3.18
뉴;잼
이슈레터

총선이 다가온 여의도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존재가 있죠. 바로 ‘저승사자’라고도 불리는 이들인데요. 이 맘 때쯤이면 국회의원들의 생사를 가를 공천권을 쥐고 휘두르는 공천관리위원장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곤 하죠.

21대 총선을 코앞에 둔 지금도 공관위원장의 일거수일투족은 연일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국회의장을 지낸 미래통합당의 김형오 공관위원장은 거침없는 현역 의원 컷오프(공천배제)에 황교안 당 대표가 ‘재심사’를 요구하는 등 흔들리다가 결국 전격 사퇴하기도 했죠.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통합당의 선거 전반을 지휘하는 선거대책위원장으로 거론되는 과정에서 당의 일부 공천 결과에 의문을 제기한 것도 김 공관위원장의 사퇴에 영향을 미쳤다고 해요. 관련기사 더 보려면 : 통합당 선대위 ‘김종인 카드' 무산... 황교안 원톱 체제로

한 마디로 자신의 권한인 공천권이 위협받자 아예 직을 던져버리는 초강수를 둔 셈인데요. 물론 당의 쇄신을 위해선 다정한 수호천사보다는 냉정한 저승사자가 필요한 법이라지만, 4년마다 나타나 정치권을 두려움에 떨게 하는 공관위원장이란 자리는 어떤 역할이길래 이토록 시끄러운 걸까요.

얼마나 힘이 세기에?

오대근 기자

공관위원장의 위력은 결국 공천(公薦)에서 나옵니다. 공천은 정당이 공직 후보자를 추천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특히 거대 정당정치가 익숙한 우리나라에서 당으로부터 ‘공천장’을 받지 못한다는 건 곧 정치적 사형선고나 다름없죠. 후보 개인보다는 당의 브랜드 파워가 압도적이다 보니 아무리 당 대표나 총재를 역임한 거물일지라도 공천 배제 후 무소속으로 출마했을 때 당선을 장담하기 어렵거든요. 영·호남은 물론 수도권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각 당의 공천권을 쥔 공관위원장은 ‘개혁’의 이름으로 거침없이 당의 이른바 고인 물을 잘라내곤 합니다. 최근 가장 서슬 퍼런 칼날을 휘둘렀던 인물로는 통합당이 선거대책위원장으로 영입하려다 불발된 김종인 전 대표가 첫 손에 꼽힙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멘토였던 김 전 대표는 바로 4년 전 20대 총선에서 진영을 바꿔 당시 문재인 대표로부터 전권을 받고 공천을 주도했는데요. 이해찬, 정청래, 정봉주 등 강성 친노(親盧) 인사들을 줄줄이 탈락시켰죠. 이 덕이었을까요. 안철수 탈당 등으로 흔들리던 민주당은 원내1당이 되는 깜짝 선전을 거뒀습니다.

이토록 힘이 센 공천권이라도 잘 못 썼다간 안 하느니만 못한 결과를 가져오는데요. 당시 새누리당의 이한구 전 공관위원장은 원내대표이자 박근혜 당시 대통령과 갈등을 빚던 유승민 의원을 비롯해 이재오, 진영, 안상수 등 굵직한 인물들을 진박(眞朴) 논란 속에 공천 배제시켰어요. 이에 김무성 당시 대표가 공천장에 대표 직인을 찍는 것을 거부하는 ‘옥새 투쟁’을 벌이게 됐죠. 이 전 공관위원장은 결국 새누리당의 총선 참패의 1등 공신으로 꼽히기도 했습니다.

‘원조 저승사자’도 있었다며?

연합뉴스

과거 김영삼·김대중 등 카리스마형 리더가 정치를 좌우하던 시절, 대통령이나 당 총재 등 당 인사가 전권을 쥐고 밀실서 이뤄지던 공천 양상이 바뀌기 시작한 건 2000년대 들어서입니다. 16대 총선 당시 시민단체가 ‘바꿔, 바꿔, 모든 걸 다 바꿔’라는 노래가사와 함께 벌인 낙천·낙선 운동 덕이죠. 이후 각 정당에서는 외부에서 들어온 인물이 여의도의 저승사자 역할을 맡는 경우가 적지 않았는데요.

저승사자의 ‘원조’는 2008년 박재승 통합민주당 공천심사위원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국민의 뜻을 앞세워 사실상 공천에 대한 전권을 요구했고, 수 차례에 걸쳐 대대적인 인적 쇄신을 예고한 그는 금고형 이상의 부정·비리 전력자에 대한 예외 없는 공천 배제를 밀어붙였어요. 박지원 의원과 김대중 전 대통령의 차남 김홍업 전 의원, 노무현 전 대통령의 ‘동업자’ 안희정 전 충남지사 등 11명을 낙마시켰던 ‘박재승발(發) 쇄신 공천’ 은 국민들로부터 뜨거운 호응을 받았죠. 꽃바구니, 음료수 등 선물공세가 당시 사무실로 쇄도하기도 했다네요.

하지만 그의 혁명은 결국 성공하진 못했어요. 제18대 총선은 압도적 여대야소로 한나라당이 과반 이상인 153석(51.2%)을 차지했고요. 통합민주당은 81석(27.1%)을 얻는데 그쳤습니다. 그러나 당시 통합민주당의 총선 패배가 그의 책임이라고 보긴 어려운데요. 통합민주당(정동영)이 한나라당(이명박)에 530만표라는 사상 최대 격차로 참패한 불과 4개월여전 2007년말 대선 결과에서 충분히 예고된 상황이었다고 봐야 할 겁니다.

저승사자들, 정작 끝은 좋지 않았다고?

손용석 기자

공관위원장은 살얼음판을 걷는 자리라고들 합니다. ‘공천 원수는 평생 간다’는 말이 있을 정도죠. 그래서인지 제아무리 정치인들을 벌벌 떨게 했던 공관위원장이었더라도 공천이 끝나면 토사구팽으로 끝나는 사례가 종종 있었어요. 김종인 전 대표만해도 자신을 당 비례대표 2번으로 낙점하는 셀프 공천 논란 끝에 배지를 달았으나 결국 탈당하며 민주당과 이별을 고했죠. 이한구 전 공관위원장은 2017년 당의 비상대책위원회로부터 책임을 물어 ‘제명’ 당하기도 했습니다.

공관위원장은 아니지만, 결과에 불복한 현역의원이 공천 실무를 담당하던 당 사무총장에게 폭력을 휘두른 일도 있었어요. 2000년 2월 18일, 한나라당을 발칵 뒤집은 ‘금요일의 대학살’을 이끈 하순봉 당시 사무총장은 이회창 총재를 등에 업고 대대적인 물갈이에 나섰습니다. 선배들의 정치생명을 한칼에 날리던 그는 낙천된 김호일 전 의원으로부터 급소를 걷어차이는 봉변을 당해 며칠간 당사에 출근조차 못하기도 했습니다. 공천을 두고 벌어진 난투극 장면은 당시 한국일보 사진부 기자에 의해 적나라하게 포착된 바 있습니다.

여기서 잠깐

여당인 민주당의 공관위원장은 누구?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은 4·15 총선을 100일 앞둔 올해 1월 일찌감치 공천관리위원회를 설치하고,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5선의 원혜영 의원을 위원장으로 임명했습니다. 그런데 민주당의 원혜영 공관위원장은 김형오 전 미래통합당 공관위원장과는 달리 존재감은 거의 드러나지 않고 있죠.

이유는 민주당이 공언한 ‘시스템 공천’ 때문입니다. 당 지도부의 입김을 없애고 공천을 투명하게 하겠다면서 현역 의원이나 청와대 출신 후보는 반드시 경선을 거치도록 했죠. 전략공천은 사실상 총선 불출마 의원의 지역구로 한정했어요. 그래서일까요. 민주당 ‘공천 물갈이’의 폭은 25% 수준으로 통합당의 현역의원 교체율(35%)에 비해 낮다고 합니다. 역대 선거에서 민심은 물갈이의 폭이 큰 정당의 손을 들어주곤 했어요.

하지만 통합당의 물갈이 공천이 실제 선거 판세에는 큰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까지 미지수 입니다. 선거를 앞두고 확산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모든 관심이 쏠리고 있기 때문이죠. 안일원 리서치뷰 대표는 “코로나가 모든 이슈를 집어삼킨 블랙홀이 됐기 때문에 정치 이슈는 왜소해졌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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