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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씨년스러운 팽목항… 실종자 가족 "발길 옮길 수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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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씨년스러운 팽목항… 실종자 가족 "발길 옮길 수 없네요"

입력
2014.11.12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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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수색 종료 발표 이후 외지인 발길 끊긴 채 적막감만

"자식들 물밑에 있는데 어떻게…" 하염없는 눈물 속 고민 깊어 가

세월호 실종자 수색작업이 공식 종료됨에 따라 11일 오후 해경 경비정 한 척이 전남 진도 팽목항을 떠나고 있다. 진도=뉴시스
세월호 실종자 수색작업이 공식 종료됨에 따라 11일 오후 해경 경비정 한 척이 전남 진도 팽목항을 떠나고 있다. 진도=뉴시스

“자식은 부모를 버릴 수 있어도 부모는 자식을 버릴 수 없네요. 팽목항에서 발길을 옮기기가 어려울 것 같아요.”

정부가 세월호 실종자 수색을 중단하겠다고 대국민 발표를 한 다음날인 12일 오후 전남 진도 팽목항의 분위기는 을씨년스러웠다. 바람은 거세게 불었고 찌푸린 하늘에서 간간이 빗방울도 내렸다. 노란 리본이 나부끼는 부두는 외지인의 발길이 끊긴 채 적막감마저 감돌았다.

전날 철수한 민간 잠수부들이 기거했던 임시가옥들은 텅 빈 채 문이 잠겨 있었다. 팽목항 세월호사고 지원센터 입구에는 쓰레기 더미가 쌓여 있었고, 실종자 가족들을 돕던 해경과 자원봉사자들만이 간간히 모습을 비췄다.

팽목항 지원센터에서 만난 자원봉사자 A씨는“수색 중단을 요청한 것이 맘에 걸렸는지 실종자 가족들이 어젯밤 팽목항에 와서 아들과 딸의 이름을 목메어 부르짖으며 엄청 울어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고 말했다.

실종자 가족들이 머무는 진도읍의 실내체육관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체육관 입구의 자원봉사자들이 사용하던 천막들은 식당 등을 제외하곤 거의 대부분 철거됐다. 천막들이 있던 자리는 주차장으로 사용되고 있다. 지원센터 등에 따르면 민간 잠수사 철수가 알려진 10일부터 이곳에 기업이나 단체, 독지가들이 보내주던 식자재 등 구호품들이 딱 끊겼다고 한다. 체육관 입구에는 과자나 빵 등이 항상 가득 쌓여 있었는데 지금은 자취를 찾을 수 없다.

체육관에 모여있는 가족들은 앞으로 어찌할까 고민 깊은 얼굴로 이야기를 나눴다. 이삿짐을 실어 나르는 택배차도 보였다. 실종자 가족 일부가 박스(짐) 8개를 택배를 통해 안산으로 옮기는 작업을 하고 있다. 범대본 등에 따르면 한 두 가족은 집으로 돌아가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곳을 떠나지 못하겠다는 가족도 있다.

한 실종자 가족은“도저히 이곳(진도)을 모른 채 하고 떠날 수 없다”면서“진도군청에 실내체육관이 아닌 다른 거처로 옮기고 싶으니 알아봐 달라고 부탁했다”고 말했다.

현지에선 수색 종료에 따라 18일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이 내려와 범정부사고대책본부를 해산할 것이란 이야기가 돌고 있다. 범대본이 해산된 이후엔 집으로 돌아가는 가족들이 많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아직은 가족들이 집으로 돌아갈지 여부를 논의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진도실내체육관 지원센터에 있는 B씨는“실종자 가족들이 떠나지 않으면 자원봉사자들도 철수할 수 없지 않겠냐”고 말했다.

이날 오후 진도군청에선 범대본이 실종자 가족들을 위해 마련한 세월호 인양 관련 설명회가 열렸다. 해수부는 인양에 대한 기술적 검토를 통해 기본적인 자료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제출하고, 중대본은 해수부의 자료를 통해 인양결정 여부를 정하고 구체적인 인양방법을 결정하겠다는 것이 주요 골자였다. 해수부와 실종자 가족 간 소통창구를 구성하는 논의를 시작하고 인양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은 추후 논의키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종자 가족들은 인양은 가족 전체가 관련된 일이니 그 결정 과정에 가족이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수부측은 인양관련 진행사항에 대해 수시로 설명회를 하겠다고 밝혔다.

진도=박경우기자 gw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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