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31일 세계 최고 높이 ‘통합의 상’ 제막식
파텔은 모디 총리의 ‘힌두민족주의’ 선조
모디, 네루 가문에 밀린 파텔 재평가 의도
인도 서부 구자라트주에서 10월 31일(현지시간) 높이 182m에 이르는 세계 최고 높이 동상 ‘통합의 상(像)’ 제막식이 열렸다. 이 동상은 독립 영웅으로 인도의 초대 부총리를 지낸 사르다르 발라브바이 파텔의 상이다. 파텔은 ‘힌두 민족주의’를 표방하는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그의 정치적 선조로 평가하는 인물이다.
이날 제막식에 참석한 모디 총리는 “파텔은 국가의 통합을 위해 노력했다”라며 “오늘은 인도 역사에 기억될 날이며 인도 모두가 기억할 날”이라고 강조했다. 10월 31일은 파텔의 탄생일이자, 모디 총리가 지난 2014년 ‘국가 통합의 날’로 제정한 날이다. 제막식 역시 이 기념일에 맞춰 이뤄진 것이다. 모디 총리와 그가 이끄는 집권 인도국민당(BJP)은 힌두 민족주의를 표방한 파텔의 역할이 옛 집권당 인도국민회의와 자와힐랄 네루-인디라 간디 가문에 밀려 저평가됐다고 주장해 왔다.
‘통합의 상’ 건립 역시 네루 가문에 밀린 파텔을 재평가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평가된다. 모디 총리는 구자라트주지사일 때부터 파텔 동상을 구상했다고 밝힌 바 있다. 동상 규모도 이전까지 세계 최대 동상이던 128m 높이의 중국 허난성 루산현 중원대불을 압도한다. 미국 뉴욕 자유의 여신상(91m)과 비교하면 2배 크기다. 거대한 형체를 만들기 위해 콘크리트와 철골이 총 10만톤 가량 투입됐다. 기념일을 맞아 열린 제막식도 단연 화려했다. 공군 전투기가 하늘을 날았고 헬리콥터가 장미꽃잎을 동상 위로 뿌렸으며 인도 국기의 배색인 주황색-흰색-녹색 풍선이 동상 주변을 날았다.
◇항의시위에도… ‘힌두민족주의 영웅’ 동상 또 건립 중
구자라트주에서는 호화로운 동상을 만드는 모디 정부에 대한 반감도 없지 않다. 동상 건립을 위해 토지를 잃었으나 제대로 보상을 받지 못했다는 주민들의 항의 시위가 예고되면서 이날 행사에는 경찰 5,000명 이상이 배치됐다. 모디 총리와 비자이 루파니 구자라트주지사의 얼굴 포스터는 지속적으로 훼손됐다. 항의단체 대표를 맡은 지방의회 의원 초투 바사바는 “사르다르에게는 반감이 없지만 이 땅의 주민들이 고향을 빼앗기고 내몰려 고통받는다면 무슨 의미인가”라고 말했다. 4억3,000만달러에 이르는 막대한 건립 비용도 논란거리다.
현재 인도 정부는 동부 뭄바이에 17세기 힌두교 국가 마라타 왕국의 시조이자 전쟁 영웅인 시바지 국왕 동상을 만들고 있으며 2021년 완공 예정이다. 이 동상의 높이는 212m로 파텔 동상보다도 크다. 시바지 국왕을 선정한 이유 역시 정치적이다. 그는 이슬람교 국가인 무굴 제국과 투쟁하며 고대 힌두교식 전통을 재발굴한 인물로, 현대 힌두민족주의자들의 영웅으로 추앙받고 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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