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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병태 해운산업연구원 원장(월요초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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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병태 해운산업연구원 원장(월요초대석)

입력
1993.10.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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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없이 「해상안전」 살수없다”/사고예방·구난업무 관장/해운행정 전담부서 필요/노후선대체·선박인력확보·운임현실화 시급□인터뷰:남경욱 사회부기자

 서해훼리호 침몰참사로 지난 1주일동안 온나라가 떠들썩했다. 순식간에 대형 참사를 낸 이 사고로 우리사회는 큰 충격을 받았다. 이제는 냉정하게 사고의 원인과 앞으로의 대처방안을 생각해볼 때다. 해운산업연구원 배병태원장(61)은 이번 사고를 『경제형편이 나아짐에 따라 발생하는 행정수요를 정부의 기구·예산등이 따라가지 못해 일어난, 문명국가로서 부끄러운 사고』라고 정의하고 『우리사회가 위기대응능력을 높여야 성숙된 문명국가로 발돋움할 수 있을것』이라고 말했다. 서해훼리호사고의 원인과 우리 해운산업의 현주소,앞으로의 발전방향등을 배원장으로부터 들어보았다. 

 ―이번 사고의 근인과 원인을 진단해주십시오.

 ▲직접적인 원인으로는 배의 복원력 상실과 졸렬한 조선술, 그리고 배 자체의 결함이 있을 수 있습니다. 배가 기울어 선체의 무게중심점과 부력의 중심점이 일치하지 않을 때 원래대로 돌아가려는 힘이 복원력인데 이번 사고는 일단 선체가 복원력을 상실해 넘어지면서 일어난것입니다. 따라서 이번 사고는 침몰사고가 아니라 전복사고라고 불러야 할것입니다. 

 또 당시의 바람과 파랑상태에서 횡파를 피하지 못한것은 조선술이 졸렬했음을 입증하는 일입니다. 배 자체의 결함은 더 정밀조사해봐야 알겠지요.

 그러나 사고의 배경에는 연안해운의 영세성과 이로 인한 무리한 운항, 선원의 자질부족등 열악한 연안해운현실과 이를 낳은 해운항만행정의 허점이 있습니다. 해상안전문제의 경우 법제는 선진국수준으로 갖춰져 있습니다만 뒷받침할 행정기구와 인원은 미흡합니다.

 ―우리의 해운현실을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십시오.

 ▲외항해운은 80년대들어 장기불황으로 파산지경에 이르렀다가 83년 정부의 해운산업합리화조치로 어느 정도 회복돼 88년부터 흑자로 돌아섰습니다. 그러나 연안해운은 지금까지 산업으로 인정돼 국가로부터 지원을 받은 적이 거의 없습니다. 육상교통·항공·외항해운에 밀려 단 한번도 국가발전계획에 포함된 적이 없어 60년대 수준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91년 청와대에 구성된 사회간접자본투자기획단(SOC)이 육상교통체증이 심각해지자 연안화물운송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지만 연안여객운송은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여 있습니다.

 ―정책부재라는 얘긴가요.

 ▲그렇습니다. 국무회의에서 해상안전문제가 국가정책으로 논의될 수 있어야합니다. 현재는 해상안전을 비롯한 해운문제가 해운항만청에만 맡겨져 있어 국가정책으로 논의될 수 없는 상태입니다. 

 중앙행정기관으로 해사부를 만들어야 합니다. 교통부산하 해운항만청의 사고예방업무와 내무부산하 해양경찰청의 구난업무를 통합해야 합니다. 해사부를 설치해 한 부서에서 예방업무와 진압업무를 맡으면 지금처럼 여러 대책본부가 생겨 혼란을 겪는 일도 없을것입니다.

 ―사고재발방지를 위한 대책은 무엇입니까.

 ▲단기적으로는 안전점검실시·안전요원확보등이 있을 수 있겠지만 임시방편에 불과합니다. 노후여객선대체·선박전문인력확보·운임현실화등을 위한 장기적이고 대폭적인 투자가 있어야 합니다. 사고가 난 위도―격포간 운항요금이 중형택시 기본요금도 안되는 1인당 7백80원입니다. 연안여객선사에 국가가 보조금을 준다곤 하지만 기업이랄 수조차 없습니다. 또 5급항해사에게 연안여객선 선장을 맡기는것은 무리입니다. 고졸정도는 돼야 자기가 모는 배의 복원력을 계산해낼 수 있습니다. 선원들의 수준을 높이기 위해 투자해야 합니다.

 ―예산의 뒷받침없는 대안은 탁상공론에 불과한데 효과적인 예산확보를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국무위원들과 예산업무를 담당하는 경제기획원관료,국회의원들이 해상안전확보가 필요하다는 인식을 가져야 합니다. 이번 사고에서 나타났듯이 연안여객운송은 국민들의 레저욕구가 늘면서 수요가 높아지고 있고 그만큼 해상안전에 대한 수요도 늘고 있습니다. 

 안전에 대한 정부의 인식도 바뀌어야 합니다. 안전은 돈을 들이지 않고는 결코 살 수 없습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해야 하는 정부가 국민의 안전을 위한 투자를 외면하는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해상사고는 인명피해도 큰 문제지만 오염등 환경에 미치는 영향도 막대합니다. 증가추세인 해양오염예방을 위한 대책으로 어떤것이 있겠습니까.

 ▲해상오염은 항내·항해질서를 지키지 않는 선박들끼리 충돌해 일어나는 일이 많습니다. 선장과 항해사들이 육지의 도로교통법처럼 바다에서 항해의 원칙과 질서를 규정한 해상교통안전법을 지킨다면 충돌로 인한 오염이 크게 줄어들것입니다. 야간이나 안개로 시계가 불량해 레이더등 계기에 의한 운항이 불가피할 경우에는 레이더를 판독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현재 해상오염의 주범인 연안항해 탱크선의 선장들은 레이더를 정확히 판독할 수 있는 능력조차 부족한 상태입니다. 선장면허시험제도의 현실화, 선장 및 선원들의 재교육이 필요합니다.

 ―우리나라는 세계 13위의 해운국인데도 선원확보,선박현대화등 여러 면에서 난관에 봉착해 있습니다. 해결방안은 무엇입니까.

 ▲원래 선원급료는 육상보다 2배이상이어야 하는데 현재 외항선원의 경우 일반 산업체보다 20%정도 높을 뿐이며 내항선원은 오히려 낮아 기피경향이 심합니다. 선원복지향상을 위한 대책이 필요합니다.

 또 선박현대화를 위해서는 선박제조 및 도입에 대한 정부규제를 완화하는 일이 필요합니다. 지금은 행정규제로 선박확보자금이 모자라고 중고선도입은 물론 차관도입 국내건조도 힘듭니다. 2001년 우리나라의 해상화물유통량은 수출입화물 6억톤, 연안화물 1억5천만톤을 합해 7억5천만톤에 이를것으로 전망됩니다. 이 물동량을 소화하려면 1천8백70만톤의 선박이 필요합니다. 

 ―마지막으로 남북통일에 대비한 해상교통정책방향을 말씀해주시죠.

 ▲바다는 언제나 열려 있으므로 해상운송연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그러나 북한의 항만은 대표적인 남포항조차 수심이 10정도밖에 안될 정도로 개발이 안돼 통일이 되면 북한의 항만투자개발에 많은 투자가 필요할것입니다.

◇약력

▲32년 전북 완주출생

▲51년 전주고 졸

▲55년 한국해양대 항해과 졸

▲75년 연세대 법학박사

▲64∼78년 한국해양대 교수

▲86∼91년 중앙해난심판원심판관

▲91년∼해운산업연구원장

▲93년 한국해법회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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