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동물보호단체의 대표가 공개된 장소에서 개를 안락사시키는 등 동물을 학대한 사실이 경찰 수사에서 드러났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5일 다른 개들이 보는 가운데 개 20마리를 안락사시킨 혐의로 동물사랑실천협회(동사실) 박모(40) 대표를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고 밝혔다. 동물을 길거리 등 공개된 장소에서 죽이거나 같은 종류의 다른 동물이 보는 데서 죽여서는 안 된다는 동물보호법 8조1항2호를 위반한 혐의다.
경찰에 따르면 박 대표는 지난 3월 9일 경기 포천시에 있는 이 단체의 동물보호소에서 아무런 가림막 없이 다른 개들이 보는 가운데 진돗개 등 개 20마리를 안락사시켰다. 또 질병에 걸린 개, 입양이 안 되는 개 등 자체 안락사 기준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주인이 있는 위탁견 2마리 등 안락사 대상이 아닌 개까지 죽인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박 대표의 지시로 안락사를 실행한 건국대 수의대 대학원생 3명도 박 대표와 같은 혐의로 최근 검찰에 송치됐다.
동물사랑실천협회는 회원 3만여명, 연간 후원금만 6억원에 달하는 국내 최대 동물보호단체다. 뮤지컬 배우 출신인 박 대표는 동사실이 처음 생긴 2002년부터 동물구조에 주도적으로 나서 단체를 성장시켰고, SBS TV동물농장 등 동물 관련 TV프로그램에 자주 출연해 얼굴이 알려졌다. 2008년 1월 발효된 동물보호법 개정에도 참여했다.
경찰 조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한 동사실 전 임원들은 안락사 취지에도 의혹을 제기했다. 최근까지 동사실 운영협의회 운영위원으로 활동한 A씨와 B씨는 "박 대표가 '진돗개 크기의 개 20마리를 달라'는 건국대의 요구로 안락사를 시행했다"고 주장했다. 동사실은 유기견과 위탁견, 고양이 300여 마리를 보호하는 포천시의 보호소가 꽉 차 더 이상 수용할 수 없을 경우 일부 동물을 안락사시켜 사체를 건대 수의대에 실습용으로 기증해왔다. 그런데 지난 3월 건국대에서 먼저 사체 20구를 요구하자 박 대표가 대상도 아닌 개를 죽여 제공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이들은 "박 대표가 지난해 연평도 포격 당시 고양이 3마리를 구조한 사실을 대대적으로 홍보해 후원금을 모은 후 관리 부실로 두 달 만에 모두 안락사시킨 것처럼, 보호보다는 구조를 이슈화하는 데만 관심을 쏟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박 대표는 혐의를 모두 부인하고 있다. 박 대표는 이날 "다른 개들이 보지 못하게 사람들이 가리고 서서 개를 안락사시켰으며 위탁견이 포함된 건 행정상 실수였다"며 "건국대 측 요구 때문이 아니라 당시 보호소가 꽉 차 안락사가 불가피했다"고 항변했다. 그는 "동사실은 전국에서 유기견 구조를 가장 많이 하는 인도적인 단체"라며 "경찰이 우리 측 주장은 듣지 않고 제3자 증언만 듣고 수사했다"고 반박했다.
한편 박 대표는 후원금 관련 업무상 횡령 혐의로도 고소를 당해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남보라기자 rarar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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