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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 키 빼고 기관사 탈출하라" 사령실 지시에 192명 숨져

입력
2014.06.10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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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대구 지하철 참사는

2003년 2월18일 오전 9시53분. 2년 전 뇌병변 장애판정을 받은 뒤 병세가 호전되지 않아 이를 비관하던 김모(당시 57세ㆍ2004년 무기징역으로 복역중 사망)씨는 자신이 타고 가던 대구지하철 전동차(대구역 방향ㆍ1079호)가 중앙로역에 정차하자 객실에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질렀다. 전동차 문이 열린 상태라 다행히 이 열차의 승객 대부분은 탈출했지만, 지하철 사령실이 화재의 심각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상황전파에 실패하면서 참사로 이어졌다.

9시55분 대구역을 떠나 중앙로역으로 향하던 반대방향 열차(1080호)는 사령실로부터 “조심해 운전해 들어가라”는 지시만 받았다. 1분 뒤 중앙로역에 진입한 열차에 불이 옮겨 붙었고,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기관사는 열차를 출발시키려 했으나 화재로 인한 단전으로 열차는 출발하지 못했다. 기관사는 화염과 연기가 열차 안으로 쏟아져 들어오자 황급히 출입문을 닫았지만 승객들을 대피시키지 않고 “기다리라“는 지시만 했다. 결국 승객들에 대한 최종적인 대피 지시는 1080호가 역에 도착한 지 7분이 지난 10시3분쯤 이뤄졌다.

하지만 7분 후인 10시10분쯤 기관사는 사령실의 지시로 운전실의 마스터 키를 빼고 탈출했다. 이 때문에 전동차 문이 열리지 않아 1080호 열차 승객 다수가 화를 입었다. 단순 화재로 그칠 수 있었지만 사령실과 기관사의 초동 대응 부실로 사망자 192명, 부상자 151명이라는 지하철 사상 최악의 참사로 이어진 것이다.

참사 후 수습과정에서는 ‘범죄 수준의 현장 은폐 행위’가 벌어졌다. 조해녕 당시 대구시장과 윤진태 대구지하철공사 사장은 참사현장이 언론에 노출되지 않도록, 참사 당일 밤과 이튿날 새벽 희생자들의 시신도 채 수습되지 않은 사고 전동차를 차량기지로 옮겼다. 이튿날 오전에는 인근 부대의 군 병력이 사고현장을 물로 청소해 유류품을 수거하는 등 속전속결로 현장을 훼손했다. 증거인멸죄로 윤 사장은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으나, 조 시장은 기소되지 않았다. 한편 1080호 기관사와 사령실간 통화기록이 공개됐지만 “마스터 키를 빼고 탈출하라”는 사령실의 지시가 빠진 녹취록이 수사기관에 제출돼 은폐의혹이 제기됐다. 그러나 제출된 통화기록 원본 테이프에는 지시 내용이 삭제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은폐 의혹은 무혐의로 처리됐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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