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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반·콘서트서 음원·페스티벌로 '환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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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반·콘서트서 음원·페스티벌로 '환승'

입력
2014.06.18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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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반 매출은 큰 변화 없지만

디지털음원 6년새 3배 넘게 성장

페스티벌 티켓 판매 2년새 3배

5월 서울재즈페스티벌 무대에 밴드 '장기하와 얼굴들'이 등장하자 관객들이 환호하고 있다. 프라이빗커브 제공
5월 서울재즈페스티벌 무대에 밴드 '장기하와 얼굴들'이 등장하자 관객들이 환호하고 있다. 프라이빗커브 제공

직장인 김혜원(29)씨는 음악을 좋아하지만 CD 선물은 싫어한다. CD를 틀 수 있는 기기가 집에도, 회사에도 없어 월 3,900원짜리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를 주로 이용한다. 공연을 보는 건 좋지만 10만원 안팎의 티켓 가격이 부담스러워 콘서트에 가는 건 주저한다. 대신 음악 축제엔 가끔 간다. 지난 봄엔 서울재즈페스티벌에 다녀왔고 여름에도 어떤 페스티벌에 갈지 친구들과 이야기하는 중이다. 김씨는 “페스티벌에 가면 비슷한 가격으로 더 다양한 공연을 볼 수 있고 친구들과 함께 즐기기도 좋다”고 말했다.

대중음악 산업의 매출 구조가 음반-콘서트에서 음원-페스티벌로 옮겨가고 있다. 한번의 구매로 한 음악가를 소비하던 방식이 한번의 구매로 다수의 음악가를 소비하는 쪽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음악 소비자들은 이제 음반 한 장 사지 않고도 전 세계의 수많은 음악을 음원 사이트에서 골라 들을 수 있고 수십 팀이 출연하는 페스티벌에 가서 좋아하는 음악가의 공연을 골라 볼 수 있다.

음악 전달 매체가 CD에서 디지털 파일로 옮겨간 지는 오래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콘텐트산업통계에 따르면 CD 등의 음반 도소매 매출은 2000년대 중반부터 최근까지 1,000억원대에서 1,500억원대 정도로 큰 변화가 없지만 디지털 음원 매출은 2005년 2,672억원에서 2011년 8,795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콘서트 분야에선 페스티벌의 성장세가 단독 콘서트의 그것을 압도하고 있다. 티켓 예매 사이트 인터파크에 따르면 콘서트 티켓 판매액은 2011년 1,431억원에서 2013년엔 1,684억원으로 늘었다. 그 중 페스티벌 티켓 판매액은 72억원(2011년)에서 253억원(2013년)으로 3배 이상 증가했다. 국내 페스티벌이 해외 록 음악과 국내 인디 음악, 힙합, 재즈 등 비주류 음악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괄목할 성장세다.

5월 서울재즈페스티벌 무대에 밴드‘장기하와 얼굴들’이 등장하자 관객들이 환호하고 있다. 프라이빗커브 제공
5월 서울재즈페스티벌 무대에 밴드‘장기하와 얼굴들’이 등장하자 관객들이 환호하고 있다. 프라이빗커브 제공

해외 페스티벌 시장은 국내보다 더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매년 봄 열리는 미국 록페스티벌 코첼라는 15년 전 관객이 2만5,000여명에 불과했으나 올해는 2주 공연 중 첫 주말에만 40만여명이 모였다. 세계 최대 규모의 페스티벌로 기네스북에 오른 미국의 서머페스트에는 매년 80만명 이상이 운집한다. 올해 미국에서 열리는 음악 축제만 60개가 넘는다.

페스티벌 시장의 덩치가 커지면서 페스티벌 사이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출연진 꾸리기다. 해외 스타를 끌어들이려는 경쟁 탓에 헤드라이너 몸값이 1회 공연에 20억원까지 솟았다. 규모가 훨씬 큰 해외 페스티벌과 비교해도 낮지 않은 수준이다. 대형 페스티벌 제작비도 30억~60억원으로 점차 늘고 있어 수익을 내기가 쉽지 않다. 지산월드락페스티벌처럼 경쟁에서 밀려 개최를 포기하는 행사도 있다. 한 공연 관계자는 “한국에서 자체 매출만으로 수익을 내는 록 페스티벌은 없는 것으로 안다”며 “이제는 시장의 성장보다 성숙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올해는 여름 록 페스티벌의 시장 규모가 축소되고 세월호 참사 여파로 취소된 페스티벌도 있지만 페스티벌 시장의 성장 가능성은 여전하다. 국내 K팝과 해외 팝 스타로 출연진을 꾸민 페스티벌(AIA 리얼 라이프: 나우 페스티벌)이 올 여름 처음 열리고 국내 인디 밴드들이 총출동하는 대규모 축제(사운드홀릭 페스티벌) 역시 올 여름 첫 선을 보인다.

음악 페스티벌은 인디 음악계의 생태계도 바꾸고 있다. 소규모 공연장이나 라이브 클럽에 머물던 인디 음악가들이 페스티벌을 통해 대규모 관중과 만나 팬 층을 넓히고 있다. 한 인디음악 기획사 대표는 “신인이 클럽 공연으로 수입을 올리는 건 거의 불가능하지만 페스티벌에 나가면 출연료로 200만~300만원을 받을 수 있다”며 “수입을 떠나 불특정 다수의 관객에게 자신의 음악을 들려줄 수 있기 때문에 페스티벌 무대에 오르려는 신인 인디 음악가들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고경석기자 k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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