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9호선 시공사인 삼성물산 2012년 공사구간 지반 취약성 보고
"석촌호수 주변은 과거에 모래사장" 대책 마련 전무… 감독 소홀 논란
서울 석촌지하차도 지하에서 거대 동공이 발견되면서 잠실 일대 ‘취약 지반’에 대한 서울시의 관리ㆍ감독 소홀이 도마에 올랐다. 시가 이 지역의 취약한 지질과 지반 침하 위험성에 대해 이미 알고 있었음에도 적절한 대비를 하지 않아 불안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시는 지난 13일 석촌지하차도 주변에서 발견된 대형 동공은 지하철 9호선 3단계 터널 공사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공사에 적용된 쉴드 공법(Shield)은 원통형 쉴드를 회전시켜 흙과 바위를 부수면서 수평으로 굴을 파들어가는 방식으로, 자갈과 모래가 섞인 충적토에선 지반 침하를 일으킬 위험이 크다. 시는 시공사측이 이 공법을 시행하면서 지반의 틈새를 메우는 그라우팅을 하지 않아 동공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공법의 취약성을 알고서도 대응을 하지 않은 시공사에 사실상 1차 책임을 물은 것이다.
그러나 서울시의 설명과 달리 시공사인 삼성물산 측은 2012년 8월 서울시에 시공계획서를 제출할 당시 해당 공사구간 지반의 취약성과 공사 기법을 모두 보고했지만 시는 이에 대한 별다른 대책마련을 지시하지 않았다. 해당 공사 관련 자문회의에 참석한 한 교수는 “당시 회의에서 연약한 지반을 보강하기 위해 그라우팅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지만 비용과 시간을 이유로 고려되지 않았다”면서 “서울시가 사전에 문제를 파악하고도 방관하다 문제가 발생하자 시공사 탓으로 몰아 가고 있다”고 꼬집었다.
더 큰 문제는 실제 잠실 일대에 언제든 구멍이 뚫릴 가능성이 있는 이른바 ‘취약 지반’이 상당수 존재하지만 이에 대한 대비가 전무하다는 점이다. 올해 들어 석촌호수 주변에서 5개의 싱크홀이 발생했지만 아직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고, 제2롯데월드 공사 원인설 등 의혹만 난무한 상태다. 시는 주민 불안감이 높아지자 지난 7월에야 조사단을 꾸려 1년 용역으로 석촌호수 지하수 관련 정밀 지질 조사를 시작했다. 이수곤 서울시립대 토목건축학과 교수는 “특히 한강 본류에 속했던 석촌호수 주변 지역은 과거 모래사장이 있었던 지역으로 서울에서 지반 침하에 가장 취약한 지층을 가지고 있다”면서 “터널을 뚫거나 대규모 터파기 공사를 할 때는 허가 단계에서부터 꼼꼼한 지질 평가가 선행 되야 하지만 일대 지질과 지하 시설물을 들여다볼 수 있는 지도조차 없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국토교통부는 18~31일 전국 대형 굴착공사 현장에 대해 일제 안전점검에 나서기로 했다. 국토부는 한국시설안전공단, 한국건설기술연구원, 한국지반공학회 등의 전문가들과 특별점검반을 편성, 전국에서 시행되는 지하철공사와 도심지의 대형 건축공사 현장을 대상으로 주변 지역의 지반·지하수 변위, 굴착 안전성 등 시공 상태, 공사장 주변 안전관리 실태 등을 점검할 예정이다. 국토부는 이와 함께 싱크홀 예방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관계부처와 지방자치단체, 민간 전문가 등으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가동에 들어갔다.
손효숙기자 s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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