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본과 노래 수시로 바뀌어 제목 수정에 번거로움
연습 때 혼란도 피할 수 있어
인기 영화나 드라마에 등장한 음악(오리지널사운드트랙ㆍOST)은 오래도록 팬들의 기억 속에 남는다. 뮤지컬에도 영화의 OST에 해당하는 음악이 있다. 바로 넘버(number)다. 그런데 왜 뮤지컬 음악은 OST가 아닌 넘버라고 부를까.
결론부터 말하면 넘버라는 명칭의 정확한 기원은 알려져 있지 않다. 뮤지컬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18세기 뮤지컬 태동기부터 관습적으로 쓴 용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여러 정황을 통해 합리적인 유추를 할 수는 있다.
뮤지컬은 대본이 나오면 각 장면에 맞춰 각각의 노래를 만드는데 제작 과정에서 수도 없이 대본이 바뀌는 만큼 노래가사, 즉 대사도 그에 맞춰 계속 변하게 된다. 그런데 노래제목은 가사의 내용을 함축해 정해야 하기 때문에 가사가 바뀔 때마다 제목도 수정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따라서 제작과정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특정한 제목을 미리 정해놓기보다 각 장면에 등장하는 음악에 1번, 2번 등 번호를 붙이게 됐다는 것이 일반적 견해다. 그리고 극이 완성돼 무대에 올리기 직전 각 넘버 옆에 제목을 단다.
연습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혼란을 막기 위해 넘버를 달기도 한다. 뮤지컬 메인 넘버는 주로 극 후반부에 다른 버전으로 한번 더 등장하기 마련인데 노래제목으로 연습을 하다 보면 연출자가 의미하는 버전과 배우들이 생각하는 버전이 다를 수가 있다. 예를 들어 뮤지컬 ‘캣츠’에는 ‘메모리’가 극 중 두 가지 버전으로 등장하는데 연출자가 “‘메모리’ 연습합시다”라고 하면 배우들은 두 버전 중 어떤 버전을 의미하는지 정확히 알아듣기 힘들다. 이런 수고를 덜기 위해 각각의 ‘메모리’에는 13번과 20번이라는 넘버가 붙었다.
넘버가 가져오는 부수적인 효과도 있다. 막과 장이 존재하는 연극과 달리 뮤지컬은 보통 두 개의 막으로만 구성되기 때문에 연습과정에서 각 장면을 지칭할 마땅한 용어가 없다. 이때 1번, 2번 식으로 넘버를 활용하면 연출자와 배우들간에 의사소통이 원활해진다. 제작과정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태어난 넘버라는 명칭이 연습과정의 편의성까지 담보하게 된 셈이다.
jpx938@hk.co.kr
*공연과 대중가요를 담당하는 박주희 기자가 무대 안팎의 궁금증을 소개하는 코너를 신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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