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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9·11 테러 피해자들 14년 넘게 무료 정신과 치료… 국가 차원 '고통 분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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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9·11 테러 피해자들 14년 넘게 무료 정신과 치료… 국가 차원 '고통 분담'

입력
2015.04.17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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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동일본 대지진에 14곳 심리치료

연간 18억엔 운영비 정부가 부담

미국과 일본 등 해외에선 큰 재난 후 트라우마 치료 시스템을 구축, 재난의 희생자와 유가족뿐 아니라 이 과정을 지켜본 국민들의 트라우마까지 치료한다. 또 재난 발생 10~20년 후에도 나타날 수 있는 트라우마의 특성을 고려해 지원 기한을 정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치유하고 있다.

미국은 2,973명이 사망한 2001년 9ㆍ11 테러 후 피해자뿐 아니라 목격자들도 무료로 정신과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했다. 테러 발생 직후 사고 지역 인근 주민들 5명 중 1명꼴로 불면증과 악몽, 불안, 분노를 경험할 정도로 트라우마가 널리 퍼져있었다. 연방정부는 14년이 지난 지금도 피해자들의 집을 방문해 관리하고 있고, 10년간 관찰한 것을 보고서로 만들어 치유 작업을 더욱 체계화하고 있다.

뉴욕시는 2011년 테러 희생자와 가족, 지역주민들을 위한 일종의 의료보험조합인 ‘세계무역센터 건강프로그램(WTCHP)’을 만들었다. 테러 현장에서 구조 및 정리 작업에 참여한 요원과 자원봉사자, 외상후 스트레스장애(PTSD)나 당뇨 천식을 앓게 된 지역 주민들의 치료를 지원해 주고 있다. 9ㆍ11 테러로 인해 심리ㆍ신체적 문제가 발생했다는 것만 입증되면 누구든, 기간을 정하지 않고 지원해준다.

일본에선 1995년 6,402명의 생명을 앗아간 고베 대지진을 계기로 재난에 따른 정신건강 문제의 중요성이 부각되기 시작했다. 일본 정부는 고베시에 트라우마센터를 설치, 지진 등 잦은 재난에 대한 스트레스를 연구하고 지진 피해자들을 상담했다.

사망 및 실종자 1만8,000여명, 이재민이 27만여명에 달한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 때도 고베 트라우마센터에서 축적된 자료와 시스템이 활용됐다. 일본 정부는 큰 피해를 입은 후쿠시마, 이와테, 미야기 등 3개 지역에 총 14곳의 심리치료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연간 18억 엔(약 182억원)가량의 운영비는 정부가 부담하며, 센터의 간호사, 정신보건복지사가 피해자들의 집이나 임시주택을 방문해 상담과 전문 병원 연계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세월호 참사 후 경기 안산시에 정신건강트라우마센터를 설치, 생존자들과 유가족들의 심리 치유를 지원했다. 하지만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은 심리치료 지원 기간을 5년으로 못 박았고, 이마저도 배ㆍ보상금을 받으면 지원이 끊긴다. 때문에 앞으로 안산 트라우마센터의 운영은 불투명한 상태다. 국립 트라우마센터는 올해 설립 예산을 배정받지 못했고 내년에 예산이 책정돼도 빨라야 2018년 하반기에나 문을 열 수 있다.

사고 직후부터 8개월간 트라우마센터장을 맡았던 김현수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평생 체계적으로 지원해주는 미국이나 일본에 비해 우리나라에는 아직 아무것도 없는 상태”라며 “세월호와 같은 사회적 재난은 정부가 책임을 지고 심리 치료를 해줘야 사회에 대한 신뢰가 생긴다”고 강조했다.

남보라기자 rarar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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