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주기 맞아 기존 판본 오류 수정
영원한 광복군이자 시대의 등불이었던 장준하(1918~1975) 선생의 항일 수기 ‘돌베개’ 전면 개정판이 나왔다. ‘돌베개’는 1971년 선생이 운영하던 사상사에서 처음 나온 이래 여러 번 간행됐다. 1992년부터는 세계사에서 나오던 것을 선생 40주기인 올해부터 이 책에서 이름을 가져온 돌베개출판사가 내게 됐다.
이 책은 일제의 패색이 짙어가던 1944년 7월 7일, 학병으로 끌려가 중국 쉬저우의 쓰카타 부대에 배속돼 있던 장준하가 부대를 탈출해 7개월에 걸쳐 6,000리 먼 길을 걸어 충칭의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찾아간 대장정의 기록이다. 광복을 맞아 1945년 11월 임시정부가 환국한 직후의 상황까지 2년여의 기간을 담은 이 책은 “또다시 못난 조상이 되지 않기 위하여” 후세에 남긴 뜨겁고 준엄한 항일 수기다. 이범석 장군의 ‘우등불’, 김준엽 전 고려대 총장의 ‘장정’과 더불어 광복군이 직접 쓴 회고록 가운데 가장 뛰어난 작품으로 오랫동안 널리 읽혀 왔다.
전면 개정판 ‘돌베개’는 기존 판본의 오류를 바로잡은 ‘정본’이다. 장준하기념사업회 이준영 사무국장이 헌책방에서 구한 1973년도 초판 3쇄를 저본 삼고 가장 최근에 나온 세계사 간행 개정판 9쇄(2014년 3월)를 참조해 원문을 일일이 대조해가며 수많은 오류와 누락 부분을 바로잡았다. 세계사판뿐 아니라 초판본에도 오류가 많았다. 그중 상당수가 한자의 오류인데, 저자의 착오나 식자(植字)의 오류 등으로 짐작된다.
원문에는 김준엽의 일본군 탈출 시기가 장준하 일행보다 5개월 앞섰다고 되어 있으나 확인 결과 3개월로 수정했다. 또 세계사 판본에는 누락됐거나 초판본 맥락과 다른 단어로 바뀐 순우리말을 원문대로 살려 선생의 육성을 최대한 살렸다. 선생의 6천리 장정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상세한 지도와 이전 판본에는 없던 다양한 컬러도판, 주요 등장인물 소개 등을 더해 내용을 보강한 것도 이번 새 판본의 특징이다.
제목 ‘돌베개’는 성서 창세기 28장에 나오는 야곱의 이야기에서 비롯된 것으로 탈출 암호였다. 결혼 일주일 만에 남기고 온 아내에게 “앞이 보이지 않는 대륙에 발을 옮기며 내가 벨 ‘돌베개’를 찾는다“는 편지를 보내고 탈출했다. 돌베개를 베고 중원을 걸었던 장준하의 고된 여정은 해방 조국에 돌아와서도 끝나지 않았다. ‘적반하장의 세상’이 되어버린 광복 조국에서 그는 이승만 독재와 싸웠고 박정희 독재와 싸웠다. 일왕에게 충성을 맹세한 일본군 장교 출신 박정희에게 눈엣가시였던 그는 결국 1975년 의문의 죽음을 당했다. 2012년 8월 묘를 이장하는 과정에서 두개골에 지름 6~7cm의 구멍이 난 유골이 공개되면서 타살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공식적 차원의 진상 규명은 아직도 이뤄지지 않았다.
오미환 선임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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