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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위·미끼 매물 꼼짝 마" 중고차 시장 보안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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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위·미끼 매물 꼼짝 마" 중고차 시장 보안관들

입력
2015.08.27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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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중고차 매매단지 중 최초로 고객 중대 피해 대응팀 2년전 발족

고객·딜러 다양한 분쟁 해결사로… 중대 클레임 비율 80→30% 급감

20일 인천 서구 중고차매매단지 엠파크 시티에서 고영일(가운데) 클레임전담팀장이 고객 등에게 안전한 중고차 매매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ssshin@hankookilbo.com
20일 인천 서구 중고차매매단지 엠파크 시티에서 고영일(가운데) 클레임전담팀장이 고객 등에게 안전한 중고차 매매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ssshin@hankookilbo.com

지난달 20일 인천 서구 중고차매매단지 ‘엠파크시티’ 내 클레임센터의 전화가 울렸다. 수화기 너머에서 울분에 찬 남성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추가비용을 차 가격보다 더 많이 내라는데 이렇게 영업하면 안 되는 것 아니냐.”

클레임센터 직원들은 즉시 현장으로 출동해 상황을 파악했다. 소비자 한 명이 사전에 합의한 매매대금 700만원을 주고 차량을 구입하려 했지만 매매 딜러가 갑자기 세금 등 추가비용 명목으로 800만원을 더 요구한 것이다.

알아보니 문제를 일으킨 딜러는 엠파크 소속이 아닌 다른 매매단지에 등록된 딜러였다. 클레임센터 직원이 나서자 이 딜러는 이미 받은 현금 700만원을 서둘러 돌려주고 사라졌다. 경찰 신고 등의 사법절차를 안내 받은 소비자는 “하마터면 속을 뻔 했는데 클레임센터에 문의한 게 정말 다행”이라며 고마움을 전했다.

속을 알 수 없어 ’레몬마켓’으로 불리는 중고차 시장에서 허위ㆍ미끼 매물을 근절하기 위한 업체들의 자체 정화노력이 주목 받고 있다. 전국 최대 중고차매매단지 엠파크시티의 클레임센터가 대표적이다.

엠파크시티 클레임전담팀은 2013년 6월 탄생했다. 중고차 매매단지 중 최초로 등장해 실질활동을 펼치는 유일한 클레임 대응조직이다. 허위ㆍ미끼 매물, 소비자 유인, 부당한 수고비 및 소개비 요구, 취ㆍ등록세 편취, 이전 등록 비용 대납 뒤 잔액 미지급 등 ‘중대 클레임’이 클레임전담팀의 집중 관리 대상이다.

이들은 매매상사나 딜러의 잘못으로 고객이 금전적 피해를 입으면 손해배상 합의를 이끌어내고 딜러 간 분쟁을 조정한다. 필요할 경우 관할 구청이나 경찰서로 사건을 인계하고, 수사에 필요한 자료 등을 제공하기도 한다. 고영일 클레임전담팀장은 “중고차 거래 과정에서 피해를 입었을 때 어디서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클레임전담팀이 소비자 피해를 줄이기 위해 분쟁에 적극 개입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엠파크시티 타워 1층에 위치한 클레임센터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간간이 걸려 오는 문의 전화를 받으며 폐쇄회로(CC)TV를 항상 주시한다. 이들이 보는 영상은 주로 로비와 지하 1층 고객 라운지, 매매상사 복도 등 주로 딜러와 소비자 간 거래가 이뤄지는 곳이다. CCTV와 별도로 클레임센터 보안팀원들은 소비자가 억울한 일을 당하는 것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단지 내부를 순찰한다.

중고차 업계에 처음 도입한 ’삼진아웃제’는 강력한 제재 수단이다. 중대 클레임을 유발한 딜러는 즉시 단지 내에서 영업을 할 수 없도록 자격을 박탈하고 상사에도 책임을 물어 중대 클레임이 3회 누적되면 단지에서 퇴출시킨다. 지난해에도 몇 개 상사가 삼진아웃제에 걸려 짐을 쌌다.

클레임전담팀의 이 같은 2년여 노력 끝에 엠파크 시티의 전체 민원 중 80%에 육박했던 중대 클레임이 30% 이하로 줄었다. 요즘엔 거꾸로 음해하는 ‘블랙 컨슈머’에게 피해를 당한 딜러들이 하소연을 한다.

그래도 외부 딜러 때문에 발생하는 피해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시흥이나 부천 등 인근 지역은 물론 지방에서까지 올라와 엠파크 브랜드로 고객을 유인하는 딜러들이 많게는 수백 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법 상 중고차 알선은 딜러가 등록된 단지와 무관하게 허용된다. 고 팀장은 “중대 클레임은 외부 딜러들이 대부분 일으키는데 화살이 엠파크로 돌아오는 게 골칫거리”라며 “클레임이 없어져 우리 팀이 사라지는 날이 제대로 된 중고차 시장이 완성되는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김창훈기자 ch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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