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영이 사건’ 살인죄 계모ㆍ친부
신상공개 안 해 형평성 문제도
“술 취해 잠들 때까지 기다려 살해”
우발서 계획 범죄로 진술 뒤집어
경기 안산 방조제 토막시신 유기 사건 피의자 조성호(30)씨의 얼굴과 신상정보 공개 후 조씨의 검증되지 않은 과거 행적과 헤어진 여자친구 신상까지 인터넷에 퍼져 2차 피해 논란이 일고 있다.
경찰은 지난 5일 조씨를 긴급 체포한 후 수사본부장인 안산단원경찰서장이 위원장인 신상정보공개심의위원회를 열어 “범행 수법이 매우 잔혹하다”며 신상정보 공개를 결정했다.
2010년 4월 신설된 특정강력범죄의처벌에관한특례법(특강법)에 따르면 범행이 잔인하고 중대 피해가 발생한 특정강력범죄사건이면서 국민 알권리, 피의자 재범방지 및 범죄예방 등 공공이익에 필요할 경우 등에 한해 신상공개를 할 수 있다.
그러나 공개된 신상을 바탕으로 조씨의 과거 행적을 찾아낸 네티즌들이 조씨의 애견카페 운영, 여관 아르바이트 경험 등은 물론 헤어진 여자친구 신상까지 공개하며 문제가 되고 있다. 가족까지 공개될 경우 2차 피해가 우려된다.
특히 최근 잇따른 아동학대사건 가운데 ‘원영이 사건’ 피의자인 계모와 친부는 살인죄가 적용됐지만 신상정보는 공개되지 않은 점 등은 공개의 형평성 문제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경찰은 이번 사건에 대한 특강법 적용 논란에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특강법이 자주 적용되는 게 아니다 보니 형평성 등에 대한 지적이 나올 수 있지만 이번 사건은 특강법 취지에 맞게 적용돼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원영이 사건과의 형평성 문제에 대해서는 “아동대상 범죄는 특강법에 속하더라도 피의자가 공개되면 피해자 신원도 알려질 수 있는 또 다른 문제가 있어 더 신중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한편 조씨는 우발적 범행이었다는 기존 진술을 번복하고 살인을 미리 계획한 사실을 자백했다. 조씨는 회사에서 미리 망치를 준비해 집에 가져다 둔 뒤 피해자 최모(40)씨가 술에 취해 잠이 들 때까지 기다렸다가 살해했다는 사실을 털어놨다.
안산단원경찰서 수사본부는 조씨가 지난달 12일 저녁 피해자 최모(40)씨로부터 “너 같은 ○○를 낳아준 부모는 너보다 더 심한 ○○○다. 청소도 안 해놓고, 말도 안 듣고, 네가 이러고 사는 거 보니 네 부모는 어떨지 뻔하다”는 말을 하자 다음날인 13일 오전 1시 술에 취해 잠이 든 최씨의 머리를 둔기로 내리쳐 살해했다고 8일 밝혔다.
경찰은 조씨가 인천 회사에다 숨겨놓은 둔기를 찾아내 국과수에 유전자 검사를 의뢰하고, 프로파일러를 투입해 범행동기와 성장과정 등을 심층적으로 조사할 방침이다.
조씨에 대한 현장검증은 10일 실시될 예정이다.
이태무 기자 abcdef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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