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경의 반려배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계곡에는 사람만 가야 하나요’라는 글이 올라와 찬반 논쟁이 벌어졌다. 20대 여성이 경기 가평 계곡으로 반려견과 놀러 갔는데 같은 피서객인 아주머니가 “개는 데리고 못 들어 오니 딴 데로 가라”고 말하면서 결국 말싸움으로 번졌다는 것이다. 댓글에는 개의 동반 여부를 놓고 찬반이 팽팽하게 맞섰다.
먼저 데려와도 된다는 주장은 “다른 산속 야생동물들도 계곡을 이용할 것이고, 사람들이 더럽히는 경우도 많다. 개가 들어가는 것 자체만으로 비위생적이라고 할거라면 사람들만 자유롭게 이용하도록 만들어 놓은 수영장을 이용해야 한다”는 논리다. 여기에 “개가 계곡에 들어가면 당연히 털이 빠지고 분비물도 나올 수 있다, 아무리 주인한테 가족 같은 존재라고 해서 다른 사람에게 피해 주는 건 안 된다”며 데려오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이 맞선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계곡뿐 아니라 해수욕장, 공원 등에 반려견 동반 여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앞서 반려견과 동반 출입을 허용했던 강원 강릉시 사근진 해수욕장은 반려인들의 방문이 늘면서 인기를 끌었지만, 해변 주민들과 상인들은 개들로 인한 환경 오염이 심각해 피서객들에게 불쾌감을 준다며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지난해부터 반려견 전용 숙소와 반려견 보관함 등의 편의시설을 갖춘 사근진 ‘애견해변’운영은 중단됐다.
그렇다면 계곡이나 해수욕장에는 개가 들어가서는 안 된다는 규정이 있을까. 자연공원법에 따르면 국립, 도립, 군립공원의 경우 공원 생태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반려동물의 입장을 제한하거나 금지할 수 있다고 나와 있다. 즉 위의 공원 내 계곡이나 해변은 물론 야영장에서도 반려동물 출입을 제한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동반 여부는 인터넷 홈페이지와 공원 입구 안내게시판을 통해 미리 확인해야 한다.
국립, 도립, 군립공원의 아닌 경우에는 따로 반려동물 동반에 관한 규제는 없다. 때문에 반려동물을 데리고 간다고 해서 불법은 아니라는 얘기다. 하지만 역시 반려견에게 목줄을 착용하고, 배설물을 처리해야 하는 동물보호법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
여름철 가족이 되어버린 반려견과 함께 피서를 즐기려는 마음도 이해가 간다. 하지만 강아지를 싫어하거나 무서워하거나, 알러지 등의 이유로 강아지를 피하려는 사람들도 분명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단어 그대로 사람들이 함께 사용하는 공공장소인 만큼 서로 배려하고 예의를 지키는 방법밖에는 없다. 계곡이나 해변에 반려견을 데려온 가족이 있는데 그 점이 불쾌하다고 해서 무조건 “개는 더럽다. 사람이 먼저다”고 언성을 높이거나, 반려견을 무서워하거나 건강, 아이들의 안전 문제로 반려견이 가까이 있는 것을 피하고 싶다는 사람에게 “사유지도 아닌데 개를 데려온 게 잘못이 아니다”고 주장해봤자 서로 불쾌감만 쌓여간다.
또 아직 공공시설에 반려동물을 데려오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이 많은 것도 현실이다. 반려인들이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 피서를 즐기는 사례가 늘어난다면 반려견과 함께 해변이나 계곡을 이용하는 것을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시선도 조금씩 줄어들지 않을까.
고은경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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