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복신앙에 젖은 한국 불교를 비판하며 “더 이상 한국을 찾지 않겠다”는 미국인 현각 스님의 발언을 두고 불교계에서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 현각 스님의 문제의식에 공감하면서 ‘개혁’을 주문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교계 현실에 대한 오해라며 안타깝다는 반응도 있다.
바른불교재가모임 상임대표인 우희종 서울대 교수는 현각 스님의 한국 불교 비판 소식이 전해진 뒤 자신의 페이스북에 “현각 스님이 느낀 여러 모습에 대해 (재가모임도)같은 문제점을 지적해왔다”며 “그가 굴종의 신앙을 유지하는 신도들과 욕심을 채우려는 종단 승려들에게 많은 실망을 느낀 것 같다”고 썼다. 우 교수는 또 "사회적 실천으로의 회향 없는 개인 구복과 깨달음이란 기복적 미신에 불과하다는 지적에 공감하다"며 “그 동안 종단에 건의를 할 때마다 ‘한국 불교는 원래 이런 식이고, 외국인이라 잘 몰라서 그런다’며 종단이 그 조언을 듣지 않는 것을 (현각 스님은)안타까워했다”고 덧붙였다.
반면 승가에서는 “조목조목 따지면 비판이 부당하거나 억울한 부분이 많다”는 취지의 반박 여론이 비등하고 있다. 중앙승가대 교수인 자현 스님은 페이스북 글 등에서 “단지 하버드대 출신이라는 이유로 처음부터 상위 1% 대접을 받았고, 25년간 큰 역할을 할 수 있었는데도 이제와 어떻게 비판만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라고 현각 스님을 비난했다. 자현 스님은 한국일보와 통화에서도 “일단 어른 이야기라면 듣고 보는 것은 한국뿐 아닌 동아시아적 특징이고, 모든 종교는 기복성으로 시작해 이를 떨쳐나가려는 작업으로 승화한다”며 “이 두 단점은 모두 한국 불교가 극복하려고 애쓰는 단계에 있는 문제인데, 한국살이 25년 만에 돌연 이래서 나쁘다니 우리문화 자체를 낮춰보는 것은 아닌가 의문”이라고 말했다.
독일 출신 아힘 바이어 일본 가나자와세이료대학 교수는 1일자 법보신문 기고에서 “외국인이 조계종 전통에서 대접받지 못한다는 현각 스님 의견은 제가 보고 들은 것과는 맞지 않다”고 쓰기도 했다.
이런 논란에 대해 한 조계종 스님은 “수행정신이 퇴락하고 물질중심의 종교문화가 대두하고 있다는 지적에는 공감하나 외국인 차별이 있었다거나 불교 전체가 기복신앙화했다는 비판은 오해에서 비롯된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충남 무상사 주지와 회주 등을 지낸 미국 출신 대진 스님과 무상사 조실(祖室·사찰 최고 어른)에 오른 대봉 스님 등의 예를 들었다.
또 “불교에서는 예로부터 부처님을 지혜와 복을 갖춘 복혜구족(福慧具足)으로 여겼다”며 “깨달음을 주는 일엔 소홀한 채 수능기도회 등에만 열을 올린다면 비판해야 마땅하나, 신도들의 불안과 소외와 소박한 바람을 경청하고 어떻게 승화시킬 것인지 고민하는 것은 모든 종교의 출발점이자 초기불교 때부터의 전통이라는 점도 아주 간과할 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하버드 출신, 서양 수행자의 말씀이라고 무비판적으로 재생산해 접근하기보다 귀담을 내용을 추려 진지한 논의의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자신의 페이스북에 “8월 한국을 마지막으로 방문한다. 그리고 사요나라(‘안녕’이라는 뜻의 일본어) 준비. 물론 환속은 아니다" 등의 글을 썼던 현각 스님은 1일 영문 이메일을 통해 “형편없는 한국어 실력 때문에 (내)말의 뉘앙스가 완전히 오해됐다”며 “상세히 읽어보면 (조계종이나 한국불교를 떠난다는) ‘결정’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고 중앙일보가 보도했다. 하지만 현각 스님은 “불행히도 정치와 극단적으로 완고한 민족주의 때문에 현재 조계종 방향은 그 기술을 세계에 전하는 귀한 기회를 놓치고 있다”는 비판은 거두지 않았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김혜영 기자 sh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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