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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부 X선의 배반… 폐암 발견 못해

입력
2016.09.2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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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선량 CT 검진 필요… 내년 고위험군 대상 시범사업

방사선 피폭ㆍ도덕적 해이 등 문제 해결 대책 ‘필요’

흉부 X선 촬영으로는 폐암을 진단할 수 없어 정부가 내년부터 저선량 컴퓨터단층촬영(CT)을 이용해 폐암을 검진하는 시범 사업을 펴기로 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흉부 X선 촬영으로는 폐암을 진단할 수 없어 정부가 내년부터 저선량 컴퓨터단층촬영(CT)을 이용해 폐암을 검진하는 시범 사업을 펴기로 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 “지난해 건강검진 때 흉부 X선 검사에서 정상이었는데 폐암 3기라니….” 지난달 대학병원에서 폐암 3기 진단을 받은 이모(58)씨는 충격에 빠졌다. ‘양측 폐야와 폐문 및 종격동 내 이상 소견 없으며 심장 크기가 정상’이라는 검사결과를 받은 지 1년 만에 폐암선고를 받았기 때문이다.

“흉부 X선 검사서 정상이라도 폐암 가능성”

정부가 내년부터 55세 이상 74세 이하 30갑년(Pack year) 이상 흡연력이 있는 고위험 흡연군을 대상으로 저선량 컴퓨터단층촬영(CT)을 통해 시범적으로 폐암 검진을 실시한다. 갑년은 1년간 하루 한 갑씩 흡연했을 때를 기준으로 한 담배 소비량으로, 30갑년이란 매일 1갑씩 30년 또는 매일 2갑씩 15년간 흡연한 것을 의미한다. 정부가 흉부 X선 아닌 저선량 CT를 통해 폐암 진단사업을 시작한 것은 X선 촬영으로는 폐암을 조기 발견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호흡기내과ㆍ영상의학과 전문의들은 X선으로 흉부를 촬영해도 폐의 15~20% 정도는 볼 수 없다. 여기에 폐 종양이 1㎝ 이하이거나, 심장과 가까운 곳에 숨어 있으면 X선 검사로는 종양을 찾을 수 없다. 김승준 서울성모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흉부 X선 검사는 결핵 등 폐 기능이 문제 있는지 진단하는 단순 검사여서 이것으로 폐암을 진단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춘택 분당서울대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종양이 크지 않다면 X선 검사로는 폐암을 조기 발견할 수 없다”면서 “흉부 X선 검사 결과가 정상이어도 폐암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말했다.

흉부 X선 검사로는 폐암 여부를 가릴 수 없다는 소식에 30~40대 흡연자는 적잖이 충격에 휩싸였다. 직장인 K(42)씨는 “군대 입대 후 담배를 피우기 시작해 20년 넘었지만 건강검진 시 흉부 X선 검사에서 정상소견을 받아 폐에는 문제 없는 줄 알고 살았는데 걱정”이라면서 “검진센터 등 병원에서 흉부 X선 검사로 폐암을 진단하지 못한다고 알려준 사람이 하나도 없다”고 했다. 그는 “솔직히 건강검진 보고서에 깨알같이 적힌 폐암 진단 관련 권고사항을 꼼꼼히 읽을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가건강검진 결과보고서에는 ‘흉부 X선 검사만으로는 조기 폐암 등 미세한 병변을 발견하기 어려워 정밀 검사를 위해서는 흉부 CT 등 추가검사가 필요하다’는 권고사항이 적혀 있다. 하지만 일반인이 이를 간과하는 것이 현실이다.

폐암이 생길 수 있는 55세 이상, 30갑년 이상 흡연력 있는 고위험 흡연군이 아니라도 10년 이상 흡연했다면 저선량 CT 촬영으로 폐암 여부를 가리는 것이 필요하다. 최천웅 강동경희대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30~40대는 폐암에 걸릴 확률이 낮지만 10년 이상 매일 한 갑 이상 담배를 폈다면 저선량 CT 촬영으로 폐암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광주 아주대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폐암은 폐가 아닌 기관지 내에서 발생하므로 조기 발견이 힘들다”며 “특히 흡연자는 심장이 있는 폐 중앙에 종양이 생겨 조기 발견이 힘든 만큼 흡연력이 있다면 저선량 CT로 폐암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55세 이하라도 가족력이 있거나, 결핵을 앓았다면 저선량 CT 검사로 폐암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저선량 CT도 방사선 피폭이 문제

저선량 CT 검사로 폐암 여부를 가리게 된 55세 이상 고위험 흡연군도 무료 검사를 받는다고 마냥 좋아할 일이 아니다. 우선 방사선 피폭 문제가 걸림돌이다. 비록 저선량 CT가 기존 진단용 CT보다 X선 조사량이 최대 10분의 1 수준이지만 고위험 흡연군은 매년 CT 촬영을 해야 하므로 방사선 피폭으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저선량 CT 검사 결과, 폐 결절 등 이상이 있다면 정신ㆍ육체적 스트레스와 함께 경제 부담도 늘어날 수 있다. 이 교수는 “저선량 CT 검사 대상자 가운데 20% 정도에서 폐 결절이 발견될 것으로 보이는데 이 중 대다수가 암이 아닐 확률이 높다”면서 “하지만 결절이 발견된 이상 조직검사 등 추가 검사로 인해 정신ㆍ육체적 스트레스는 물론 경제 부담도 가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도덕적 해이도 문제다. 이 교수는 “저선량 CT 촬영결과 정상이라면 마음 놓고 담배 피는 사람이 늘어날 것”이라면서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저선량 CT가 조기에 폐암을 100% 발견할 수 있다는 과신도 삼가야 한다. 김용현 부천성모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저선량 CT를 이용해 폐암 선별검사를 한 이들 중 23%에서 1개 이상의 불확실한 폐 결절이 발견됐지만 이 중 대다수가 양성일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김 교수는 이에 따라 불필요한 추가검사로 경제 부담, 방사선 피폭, 관련 조직검사로 인한 합병증에 노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 확실히 정해지지 않았지만 폐암 검진 시범 사업이 연착륙하려면 치밀하고 구체적으로 사업방향이 정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치중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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