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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의 역습...정국 '개헌 블랙홀'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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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의 역습...정국 '개헌 블랙홀'속으로

입력
2016.10.25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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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연설서 임기내 개헌 제안

정부 안에 개헌 조직 설치

최순실 의혹 등 국정 애로에

정국 주도권 노린 시도 논란

與 “적극 지지” 野 “의도 불순”

박근혜 대통령이 24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이 24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이 24일 임기 내 헌법 개정을 전격 제안했다. 박 대통령은 “1987년 체제를 극복하고 2017년 체제를 만들자”며 내년 중에 개헌 논의를 마무리하자는 시간표를 제시했다. 다음 대선을 1년 2개월 앞둔 시점에, 정국이 개헌 문제로 소용돌이 치기 시작했다.

박 대통령은 국회에서 2017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하면서 “대통령 임기 내에 개헌을 완수하기 위해 정부에 개헌을 위한 조직을 설치해 국민을 위한 개헌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또 “개헌을 주장하는 국민과 국회의 요구를 국정과제로 받아들이고 오늘부터 실무 준비를 해 나가겠다”면서 “국회도 개헌 특위를 구성해 국민 여론을 수렴하고 개헌의 범위와 내용을 논의해 주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박 대통령은 그 동안 “개헌은 국정을 빨아들이는 블랙홀” 이라며 개헌 논의 자체에 반대하다가, 이날 입장을 단번에 바꿔 ‘임기 내 개헌 추진’을 공식화했다. 박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개헌 드라이브 배경을 두고, 지지율이 취임 후 최저치로 추락하는 등 가팔라진 레임덕(임기말 권력누수 현상)과 비선실세로 지목된 최순실(60)씨 국정농단 의혹 등을 돌파하기 위한 것이란 비판이 나왔다. 김재원 청와대 정무수석은 “필요하면 박 대통령이 개헌안을 낼 수도 있다”면서 “박 대통령이 주도하는 개헌이 돼야 한다”고 말해, 정국 주도권을 노린 정략적 개헌 시도라는 논란에 불을 붙였다.

박 대통령은 “대통령 5년 단임제는 몸에 맞지 않는 옷”이라며 극단적 정쟁ㆍ책임정치 실종ㆍ정책 연속성 부재 등 그 폐해를 조목조목 지적하면서 권력구조 개편 필요성을 강조했다. 청와대는 “특정 권력구조를 염두에 둔 발언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지만, 여권에서는 청와대가 대통령 4년 중임제와 의원내각제를 절충한 이원집정부제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박 대통령의 의도에 대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개헌 논의는 일단 상당한 힘을 받을 전망이다. 87년 체제가 수명을 다했다는 공감대가 만들어져 있고, 개헌 찬성 여론이 압도적인 데다 상당수 여야 의원들도 개헌 추진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개헌은 ‘대통령이나 국회의원 재적 과반수의 발의→ 국회 의결 → 국민투표→ 대통령의 즉각 공포와 발효’의 절차에 따라 추진된다. 개헌안 발의부터 국민투표까지 약 90일이 걸려, 정치권이 즉각 논의에 들어가면 내년 상반기 중에 마무리할 수 있다. 그러나 차기 정권 집권 가능성이 걸린 개헌의 시기와 방향을 놓고 정치권이 의견을 순조롭게 정리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여야의 반응은 엇갈렸다. 새누리당은 “청와대의 개헌 추진을 적극 뒷받침하겠다”고 환영했다. 이정현 대표는 “많은 여당 인사들이 적극적으로 개헌 찬성 입장을 밝혀왔기 때문에 이심전심 공감대가 형성돼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여권의 차기 대선주자들도 개헌 방향에 대해선 입장이 다르지만, 개헌 추진은 지지하고 있다.

야당들은 박 대통령의 개헌 제안 의도가 불순하다고 일제히 비판하면서도, 개헌 논의 자체에 반대하지는 않았다. 더불어민주당은 개헌 추진 여부에 대한 입장 표명을 유보했고, 국민의당은 찬성했다. 야권 대선주자의 입장은 선명하게 엇갈렸다. 문재인 민주당 전 대표는 “박 대통령에 의한, 박 대통령을 위한 개헌에 반대한다”고 했고,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는 개헌에 반대하지는 않은 채 “선거구 개편부터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종인 전 민주당 비대위원장과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는 개헌 논의에 찬성했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입장 발표문에서 “권력의 필요에 의해 이뤄진 과거의 개헌은 모두 실패했다”며 “국회가 국민과 함께 하는 ‘상향식 개헌’이 될 수 있도록 개헌 특위 구성 등에 대해 여야가 협력해서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최문선 기자 moonsun@hankookilbo.com 박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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