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개, 고양이 다음으로 많이 기르는 동물 중 하나는 토끼다. 귀여운 외모에 조용하면서도 관리하기가 쉽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토끼를 기르는 사람들은 토끼의 매력은 개나 고양이 못지 않으며 토끼를 제대로 키우기 위해선 주의해야 할 점들이 많다고 조언한다.
1만2,000명의 회원 수를 보유한 온라인 반려토끼 카페 ‘자유로운 토끼 세상’의 운영자이자 6마리 토끼들의 아빠인 김영진(41)씨로부터 토끼를 키우는 이유와 습성 등을 알아봤다.
주인 알아보고 애교도 부려
“ 이불에‘파바박’을 하더라구요.”, “우리 토야가 뒷발을 꽝꽝 찼어요.” 반려토끼를 키우는 사람들이 토끼의 습성을 파악하고 이에 맞춰 새롭게 만든 용어들로 나누는 대화들이다. ‘파바박’은 일반적으로 토끼가 먹이를 골라내거나 관심을 끌려고 할 때, 혹은 잠자리를 고를 때 앞발로 땅을 파는 듯한 행동을 말한다. 토야는 반려인들이 토끼를 부르는 애칭이다. 이처럼 반려토끼를 키우는 사람들만의 용어는 매우 다양해 별도의 토끼용어사전을 만들어도 될 정도다.
토끼도 이름을 부르면 달려오고 낯선 사람은 경계하는 등 주인을 알아본다. 주인에게 다가와 턱을 비비는 등 애교를 부리면서도 한편으론 도도한 매력도 있다. 김씨는 “작고 귀엽지만 개나 고양이처럼 소리를 내지 않아 주변 눈치를 보지 않고 키울 수 있다”며 “화장실도 가릴 줄 알 정도로 똑똑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다 보니 토끼도 집안에만 갇혀 있으면 스트레스를 받는다. 김씨와 카페 회원들은 풀이 자라는 봄부터 가을까지 공원에서 정기모임을 갖고 토끼와 산책하는 시간을 갖는다. 주인과 함께 나온 토끼들은 햇볕도 쬐고 풀밭에서 뛰어 놀며 산책을 즐긴다.
토끼가 달아나지는 않을까. 토끼는 겁이 많고 소음에 민감하기 때문에 미리 설치한 울타리 안에서 놀게 하거나, 산책용 줄을 착용시키고 인적이 드문 곳에서 모임을 갖는다.
전선 벽지 훼손 감수, 진료 병원도 적어
토끼는 다양한 매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작다고 키우기 쉬울 거라 생각하는 것은 큰 오산이다. 카페 게시판에는 ‘토끼 키워볼까’하고 정보를 얻으려 카페에 방문한 사람을 대상으로 한 ‘이래도 토끼 키울래?’라는 일종의 경고장이 올라와 있다.
토끼를 키운다면 계절이 바뀔 때마다 심하게 빠지는 털과 물건을 갉아먹는 습성 때문에 전선이나 장판, 벽지가 훼손 되는 일은 감수해야 한다. 토끼는 밤에 활동하고 낮에 자기 때문에 소음으로 수면에 방해를 받을 수도 있다. 또 암수를 함께 키우거나 토끼의 발정 스트레스가 심할 경우에는 중성화 수술도 해줘야 한다. 토끼를 전문적으로 진료하는 동물병원은 적기 때문에 토끼가 아프면 치료해주기도 어렵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카페 회원들은 뒷다리가 발달해 뜀박질이 특기인 토끼는 좁은 케이지에 가둬 기르기 보다 울타리를 쳐 토끼가 충분히 움직일 수 있는 공간에 은신처와 토끼용 화장실 등을 넣어 기르기를 권장한다. 바닥에는 푹신한 깔개를 깔아 줘야 발바닥 털이 빠지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
충동적으로 사고 버리지 말아야
토끼를 제대로 키우려면 토끼에 대해 공부하고 알아보는 반려인의 책임과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다른 반려동물에 비해 분양비가 저렴하고, 대형마트에서도 쉽게 구매할 수 있어 충동적으로 토끼를 샀다가 버리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실제로 카페에는 토끼를 키우지 못해 무료로 분양한다는 글이 종종 올라온다.
김씨는 “현재 국내에는 토끼 전문 보호소가 없어 소음에 민감한 토끼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보호되고 폐사하는 경우가 많다”며 “토끼를 키우고 싶다면 토끼의 습성, 관리방법 등을 먼저 알아보고, 유기된 토끼를 입양하기를 권한다”고 조언했다.
한송아 동그람이 에디터 badook2@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