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최측 발표 산정방식 의문
서울 시민 절반에 해당
“과도한 숫자 경쟁 심리” 분석
3·1절 최대 규모 집회를 예고했던 대통령탄핵기각을위한국민총궐기운동본부(탄기국)가 1일 서울 광화문광장 앞 세종대로사거리 일대에서 열린 제15차 탄핵무효 애국집회(태극기집회) 참가 인원을 500만명 이상이라고 발표하면서, 집회인원 산정 방식에 대한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서울 시민(2015년 말 기준 990만4,312명) 절반가량이 집회에 나왔다는 얘기로, 세 과시 목적의 지나친 숫자 부풀리기라는 지적이다.
탄기국 측은 이날 집회 종료 뒤 “전국에서 버스가 400대 이상 상경하는 등 500만명이 넘은 인원이 참석했다”고 밝혔다. 탄기국은 그 동안 참여 단체들이 전한 참가자 수를 합산해 발표해 왔다. 이날은 지난 25일 집회(300만명)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늘어난 최대 규모 집회였다는 입장이다.
같은 날 광화문광장에서 촛불집회를 연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 측은 탄기국 주장에 “수치가 너무 허황돼 논평할 가치가 없다”고 평했다. 탄기국 주장대로라면 부산 전체 인구(약 350만명)를 훌쩍 넘어서고, 북유럽국가 덴마크(560만명)나 노르웨이(520만명) 인구에 맞먹는 인원이 몰려나왔다는 건데, 비현실적이라는 얘기다. 탄기국 측은 이에 “촛불 쪽은 25일 100만명이 나왔다고 하던데, 그게 오히려 과장된 수치”라고 맞받아쳤다.
집회 참가자 수가 이처럼 ‘부르는 게 값’이 된 건, 경찰이 지난 1월 14일 집회 때부터 자체 추산 인원을 공개하지 않으면서부터다. 경찰은 자체적으로 활용하던 ‘페르미 추산법(일정 면적당 인원수를 기준으로 집계하는 방식)’에 대해 “현실과 동떨어진다”는 여론의 비판이 계속되자 아예 수치를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결국 그나마 객관적으로 받아들여지던 경찰 추산치가 사라진 가운데 탄핵 찬반 진영의 세 대결 양상으로 치달으면서 과도한 ‘숫자 경쟁’ 심리가 작용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귀옥 한성대 사회학과 교수는 “수치의 객관성이 결여된 상황에서 집회 주최 단체들은 내부결속을 위한 숫자를 발표하고 있다“며 “‘숫자의 정치학’을 버리고, 법리적 판단을 존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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