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을 위한 행진곡 한번 부를까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6일 광주 5ㆍ18 민주묘역을 참배하던 중 주변 인사들에게 갑자기 제안했다. 부슬비 내리는 광주 5ㆍ18 민주묘역에 ‘임을 위한 행진곡’이 울려 퍼졌다. 문 후보는 비장한 표정으로 제창을 마친 후 방명록에 ‘광주 정신을 헌법에 계승하는 진정한 민주공화국’이라 적었다. 정국구상을 끝내고 첫 행선지로 호남을 택한 문 후보의 ‘자신감’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문 후보는 이날 호남을 시작으로 당의 최종 후보 선출 후 본격적인 전국 순회를 시작했다. 대선 후보로서 초반부터 전국을 돌면서 지역과 이념, 세대를 초월하는 ‘국민 대통령’이 되겠다는 의지를 강조하는 차원이다. 그는 전남 광양의 광양제철소를 방문, 세계 최고 규모의 용광로인 제1고로를 직접 둘러본 직후 광주의 5ㆍ18민주묘역으로 향했다. 문 후보는 이날 “광양제철소는 대한민국 산업화의 상징이고, 5ㆍ18민주묘역은 대한민국 민주화의 상징”이라며 “대한민국의 산업화와 민주화의 통합을 바라는 취지로 오늘 일정을 잡았다”고 설명했다. 문 후보는 당초 이날 제주 4ㆍ3 평화공원을 찾을 예정이었으나, 기상 악화로 항공편이 취소되자 야권의 전통적인 텃밭인 호남으로 향했다.
문 후보는 이날은 당의 대선 후보 신분으로 호남을 찾은 만큼 이전과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었다. 지난해 4ㆍ13 총선을 앞두고 호남의 반문정서 해소를 위해 이 곳을 방문할 때에는 전날 밤잠까지 설칠 정도로 부담감을 느꼈던 문 후보는, 이날은 적극적이고 과감하게 행동했다. 문 후보는 광주 민주묘역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고 나서 “이번 5ㆍ18 기념식에는 반드시 기념곡으로 만들자”며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또 묘역을 참배하면서 희생자들의 사진에 묻은 빗물을 직접 닦아주기도 했다. 문 후보는 이후 지지자들과 만나 “지금부터가 진짜 시작이고, 이제 다시 신발끈을 졸라매고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이긴 힘을 바탕으로 압도적인 정권교체를 해내자”며 “역시 광주가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문 후보는 이날 광양과 광주, 또 목포로 이어지는 ‘광폭 행보’를 선보였다. 그는 오후에는 목포신항을 방문해 인양된 세월호가 있는 현장을 둘러보고, 미수습자 가족들을 위로한다. 이어 목포대학교를 방문해 ‘청년의 미래, 행복한 지역인재 육성’이라는 주제로 강연이 예정돼 있다. 문 후보는 7일엔 충청과 강원을 방문하고 8일에는 수도권에 입성하는 ‘북진전략’으로 지역 표 몰이를 이어갈 계획으로 알려졌다.
광양ㆍ광주ㆍ목포=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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