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인간을 위한 쓸개(웅담) 채취용으로 태어나 죽음을 맞는 사육곰의 비극이 머지않아 일단락될 것으로 보인다.
1일 환경 시민단체 녹색연합 등에 따르면 웅담채취용 곰의 증식을 막는 중성화 수술이 지난 3월 최종 마무리됐다. 2014년 정부가 사육곰 농가 및 전문가, 시민단체 등과 협의를 거쳐 수술 사업을 시작한 지 3년 여만이다. 이 기간 사육곰 총 967마리가 중성화 수술을 받았고 이 중 현재 660마리가 전국 36개 농가에서 살고 있다.
한국의 곰 사육 역사는 198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정부는 소득 증대 방안으로 농가에 곰 사육을 권장했다. 멸종위기종 보호 여론이 전 세계적으로 확대되면서 1985년 곰 수입이 중단됐으나 2000년대 중반까지 증식된 사육곰의 개체 수는 1,400여 마리에 달했다. 현재 전 세계에서 웅담 채취를 위해 곰 사육을 법으로 허용하는 국가는 현재 우리나라와 중국뿐이다.
하지만 국내 웅담 수요 감소와 맞물려 열악한 사육시설에 대한 비판 여론이 확산되자 정부와 농가 측은 번식을 통한 증식을 막아 개체 수를 자연감소시키기 위한 중성화 수술 사업에 합의했다. 3년 간 정부 예산 55억7,000만원이 수술과 DNA 데이터베이스 구축과정에 투입됐다. 녹색연합의 최승혁 활동가는 “중성화 수술 완료로 더 이상 웅담채취용 사육곰 증식이 없는 고무적인 성과를 이뤘다”며 “DNA 데이터베이스 구축이 완료되면서 사육곰 음성거래 등 불법 행위도 예방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문제는 여전히 철창 속에 갇힌 660마리 곰들이다. 현행법 상 태어난 지 10년 이상이면 합법적 도축 대상이 되지만 웅담 수요 감소로 현재 도축되지 않은 10년 이상의 곰이 상당수다. 곰 사육이 30년 이상 지속되면서 낙후된 사육시설로 곰 탈출도 빈번해졌다. 연 2회 정부의 사육농가 점검이 이뤄지고 있지만 개체 수 현황 조사 등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최 활동가는 “정부가 사육곰 매입을 단계적으로 추진하고 곰 보호센터 등을 만들어 보다 나은 삶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환경부 측은 “농가의 사적 이익 증대를 위해 증식한 곰을 정부가 매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이미 정부 돈 수십 억원을 들여 중성화 수술 사업을 완료한 만큼 더 이상의 예산 지원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환경부는 자연도태 등으로 개체 수가 대폭 감소할 것으로 추정되는 2024년부터 웅담채취용 곰 사육을 아예 법적으로 금지하는 법안을 검토 중이다.
조아름 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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