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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견업체가 내 월급 16%에 4대 보험료까지 떼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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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견업체가 내 월급 16%에 4대 보험료까지 떼가요”

입력
2017.05.31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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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간 계약서ㆍ사직서 수없이 써

파견직은 작업복부터 차별받아 씁쓸”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왜 파견직으로 일하냐고요? 구직사이트에서 한번 찾아보세요. 파견이라는 단어가 눈에 보이기나 하는지.”

2010년 4월, 인천에 사는 김미연(가명ㆍ36)씨는 국내 최대 구직사이트에서 일거리를 찾고 있었다. ‘경력 무관’ ‘학력 무관’이라고 쓰인 배너를 클릭했고 인천 부평구 갈산역에 있는 인력소개 업체와 연락이 닿았다. “월요일부터 일할 수 있다”는 설명을 듣고 파견업체가 제공하는 차를 타고 부평공단의 한 휴대폰케이스 제조업체를 소개 받았다.

이렇게 시작된 파견 인생. 김씨는 지난 7년간 네 곳의 공장을 옮겨 다녔다. 계약서에 찍은 도장은 그 갑절이 훨씬 넘는다. 김씨는 “파견업체에서 말하기를 근로계약서는 6개월 단위 계약으로 쓰더라도 계속 일할 수 있다고 했다”며 “10월이 돼 계약이 끝나는 날이 되니 원청에서 두 장의 종이를 내미는데, 하나는 사직서였고 하나는 다른 파견업체와의 계약서였다”며 헛웃음을 지었다.

파견근로자보호등에관한법률(파견법)은 제조업의 직접생산공정업무는 파견 대상에서 제외(제5조)하고 있지만, 일시적ㆍ간헐적으로 인력을 확보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경우 파견사업주ㆍ사용사업주ㆍ파견근로자 간 합의가 있으면 최장 6개월까지 고용(제6조)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김씨가 일했던 회사는 파견업체 3,4곳과 계약을 맺고 있었고, 파견직들의 계약이 끝날 때마다 각각 다른 파견업체들과 교차 계약을 하도록 권유하며 법을 악용하고 있었다.

좀 더 나은 근무환경을 위해 공장을 옮겨갈 때도 파견업체를 통해야 했다. 김씨는 “부평공단 생산직은 파견업체를 통해 뽑는 곳이 대부분”이라며 “한 번은 이용하던 파견업체 전화번호와 이메일 주소는 같은데 업체 간판명이 바뀌어 왜 그런지 물었더니 본인들도 장사를 계속하려면 폐업신고를 하고 새 업체를 차려야 한다더라”고 말했다. 불법파견을 단속하는 정부를 피해 파견업체들이 이름만 바꿔 인력을 공급하는 셈이다.

파견업체들은 김씨의 월급에서 매달 16%를 소개비로 떼어갔다. 김씨는 한 달 150여만원을 손에 쥐었다. 특근과 잔업까지 했지만, 원청과 파견업체가 맺은 근로계약 사항에 대해 알지 못해 본인의 본래 월급은 정확히 알지 못했다. 4대 보험도 가입하지 못했다. 김씨는 “시간이 지나 원청 총무팀에 문의해보니 원청에선 4대 보험료를 지급하고 있었는데 파견업체들이 나 몰라라 했던 것이었다”며 허탈해했다. 파견업체는 “그래야(4대보험료를 떼야) 우리도 (노무관리비용이) 남는다”고 말을 할 뿐이었다.

그는 파견직으로 일하며 안전을 위해 지급하는 작업복에서조차 차별을 받았다. 김씨는 “명절상여금에서 격차가 나는 부분도 소외감이 들지만, 휴대폰 케이스를 제조할 때 제전복(정전기 방지하는 옷)을 입고 해야 하는데 정규직은 셔츠와 바지가 제대로 갖춰진 옷을 나눠주는데 파견직은 조끼만 나눠준다”며 “작업장에 앉아 있으면 누가 정규직이고 누가 파견직인지 한눈에 구분이 간다”고 씁쓸해했다.

김씨는 지금은 부평공단의 다른 휴대폰 케이스 공장에서 ‘직접고용’ 계약직 신분으로 일하고 있다. 김씨는 “1년 8개월째 한 곳에서 일하며 열심히 한 것을 인정을 받았는지 파견직 대신 회사와 직접 계약을 맺었다”고 말했다. 비정규직 신세는 바뀐 게 없지만, ‘간접고용 파견직’을 벗어난 것만으로 스스로 대견해 했다. 하지만 그는 회사와 ‘3개월 단기 계약’을 한 계약직이다. 김씨는 “파견직일 때는 다른 파견업체와의 계약서에 서명만 하면 계속 다닐 수 있었는데 이번엔 3개월 뒤에 어떻게 될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지현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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