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이 4개나 발견됐어요. 눈물도 안 나오고 멍하더라고요.”
가수 임재범(55)은 2011년 KBS2 예능프로그램 ‘김승우의 승승장구’에서 아내인 뮤지컬 배우 송남영(45)씨가 암 선고를 받을 당시를 떠올렸다. 송씨는 임재범이 MBC ‘우리들의 일밤-서바이벌 나는 가수다’(‘나는 가수다’)에 출연 제의를 받을 때쯤 암에 걸린 사실을 알았다. 2001년 결혼한 후 10주년이 되던 해였다.
암은 하나가 아니었다. 갑상선암, 위암, 간암, 자궁암까지 독한 암세포가 송씨의 몸 곳곳에 퍼져있었다. 암 학회에서도 처음 발견된 사례였다. 암 선고를 받은 송씨는 놀라 펑펑 울었다. 당시 의사는 간의 60%를 잘라내야 한다고 판단했고 송씨는 “순리대로 따르겠다”고 말했다. 6년간 투병생활을 이어오던 송씨는 12일 오후 세상을 떠났다.
아내에 대한 임재범의 사랑은 각별했다. 당시 무대 공포증을 가진 임재범이 MBC ‘나는 가수다’의 섭외에 응한 것을 두고 아내의 치료비를 벌기 위해 무대에 선 것 아니냐는 추측이 일었다. 실제로 임재범은 한겨울에 난방도 제대로 못할 정도로 생활고에 시달려 우울증까지 앓았다. 그는 “경제적으로 어려워 아내가 많이 힘들어했다. 어쩌면 그 사람의 병을 내가 키웠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나는 가수다’ 출연 중에도 그는 팬 카페를 통해 “육체의 병보다는 아내가 무척 외롭고 힘들어할 때, 한 여인의 남자로서, 남편으로서 많이 아프고 힘이 든다”며 “많은 기도로 회복의 기적을 아내가 누릴 수 있도록 부탁드린다”고 절절한 마음을 드러냈다.
송씨는 뮤지컬계에서 오래 활동했다. 뮤지컬 ‘명성왕후’, ‘페임’, ‘겨울 나그네’ 등으로 무대에 올랐고, 2002년 영화 ‘마고’에도 출연했다. 임재범은 1999년 뮤지컬 ‘하드록 카페’를 보러 갔다가 송씨에게 첫눈에 반했다. 두 사람은 2001년 2월 결혼해 슬하에 딸을 하나 두고 있다.
임재범은 2005년 공연을 하는 도중 부인을 무대로 초대해 팝송 ‘유 아 소 뷰티풀’을 부르며 사랑을 표현할 정도로 아내에게 남다른 로맨티스트였다. 그는 최근 음악 작업과 방송 활동을 중단하고 아내의 병간호에 전념했으나 결국 아내를 하늘로 떠나 보냈다.
빈소는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 10호실. 발인은 14일 낮 12시, 장지는 경기도 이천 에덴낙원공원.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