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추세라면 올해 안으로 전국 방방곡곡 100군데 학교에 '작은 소녀상'이 들어서지 않을까요?" 지난 4월 서울 중구 이화여자고등학교 교정에서 만난 역사동아리 '주먹도끼'의 학생들이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전국 40개 고등학교에 소녀상을 세운 시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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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불과 두 달이 지난 오늘(21일) ‘주먹도끼’ 학생들은 “전국 100개 학교에 100개의 작은 소녀상 건립이 확정되었다”고 전해 왔다. '작은 소녀상 세우기 운동'은 일본군위안부 문제의 정의로운 해결을 촉구하기 위해 주먹도끼가 2016년 봄부터 진행한 프로젝트다.
경기 용인시 태성고의 1호 소녀상을 시작으로 경남 김해시 구산고의 100호 소녀상까지, 1년 1개월 동안 대장정이 성공적으로 끝났지만 그 과정은 지난했다.
지난해 5월 수도권 소재 고등학교 887곳에 프로젝트를 설명하는 편지를 보냈지만, 답장이 10분의 1도 오지 않았다. 학생들과 겨우 연락이 닿아 추진을 해볼까 하면 학교 측의 반대에 직면하기도 했다. 하지만 10대들이 자주 이용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프로젝트가 알려지면서 전국 곳곳의 학교에서 연락이 오기 시작했다.
각 학교 교정에 세워진 소녀상은 살짝 들린 발과 소녀의 어깨 위로 내려앉은 새의 형상이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을 빼다 박았다. 그도 그럴 것이 가로, 세로 각각 30cm의 작은 소녀상은 '평화의 소녀상'을 제작한 김서경, 김운성 작가의 작품이다. 각 학교 학생회나 동아리가 소녀상 제작비용 50만원을 보내오면, 주먹도끼가 작가에게 제작비를 보내고, 작가들이 소녀상을 학교에 발송하는 방식으로 협업했다.
시골 학교와 도시학교, 대안학교와 특목고 할 것 없이 소녀상이 세워지다 보니, 학교마다 독특한 에피소드를 자랑하기도 한다. 전교생이 49명인 강원도 팔렬고 학생은 기금 50만 원을 모으기가 녹록지 않아 텃밭에 나가 농작물을 수확해 방문판매를 하고, 학교 축제에서 삼겹살을 구워 팔았다.
애초 '고등학교'만을 대상으로 소녀상 건립을 추진했지만, 취지에 공감한 초등학교와 중학교까지 '소녀상 건립 운동'은 확산해 중학교 3개교와 초등학교 1개교가 운동에 동참했다.
김로권(18) 주먹도끼 회장은 "이렇게 빠르게 작은 소녀상 건립이 확산한 것은 정의로운 역사를 만들겠다는 학생들의 의지 덕분이다"며 "100곳을 채웠지만 앞으로도 소녀상 세우기 운동은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주먹도끼는 239호 소녀상을 마지막으로 소녀상 세우기 프로젝트를 종료할 계획이다. 현재 정부에 등록된 일본군위안부 피해자의 수가 239명이다.
한편, 주먹도끼는 소녀상 건립 프로젝트 기간 중 크라우드 펀딩으로 모금한 500만원을 정의기억재단의 '할머니와 손잡는 20만 동행'에 기부했다.
이혜미 기자 herstory@hankookilbo.com
자료정리= 박주연 인턴기자 wisedrag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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