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신부 비리혐의 실형 선고 이례적
희망원에 생활하는 장애인 등을 독방에 감금하고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된 전 대구시립희망원 원장신부에게 징역 3년의 실형이 선고됐다. 현직 신부가 시국사건 등이 아닌 비리로 실형을 선고 받은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대구지방법원 제11형사부(황영수 부장판사)는 28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횡령), 감금,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지난 2월 구속기소된 배모(63) 전 대구희망원 총괄 원장 신부에게 이같이 판결했다.
함께 기소된 대구희망원 사무국장 A(49)씨는 징역1년, 전 회계과장인 B(57)수녀는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 비자금 조성을 도운 식자재 납품업자 2명에겐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과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 보조금 부정 지급에 관여한 달성군 간부 공무원 2명에겐 벌금 500만 원을 각각 선고했다.
배 전 원장은 2011년부터 2013년까지 식자재 공급 업체 2곳과 공모해 대금을 과다 지급한 뒤 돌려받는 방법으로 5억8,000만원 상당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이 돈 일부는 직원 회식비와 격려금, 개인 카드 결제 용도 등으로 쓰였다. 비자금 가운데 2억2,000만 원은 천주교 대구대교구 산하 사목공제회 등에 개인 명의 예금 형태로 보관하다 적발됐다.
또 2011년부터 2016년까지 생활인 중 기초생활보장 수급자가 아닌 177명 생계급여를 관할 달성군에 허위 청구해 6억5,700만 원을 부정 수령하고,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독방 감금시설인 '심리 안정실'을 운영해 생활인 206명을 299차례 강제 격리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대구희망원 사건과 관련, 모두 25명을 입건해 이 중 7명을 구속 기소하고 16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대구시립희망원은 1958년에 문을 연 뒤 대구시가 직영을 하다가 1980년 신군부 체제 하에서 천주교 대구대교구 산하 대구구천주교회유지재단이 위탁 운영해왔다. 비자금 조성과 장애인ㆍ노숙인 폭행ㆍ학대 등의 비리가 불거지자 운영권을 반납했다.
희망원에는 노숙인과 장애인 등 1,000여 명이 생활 중이며, 대구시와 달성군은 해마다 100여억 원을 운영비 등의 명목으로 지원하고 있다.
정광진기자 kjche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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