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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범죄는 없다] 조폭 잡는 강력계 형사, 보험사기 사건 뛰어든 까닭은

입력
2017.09.26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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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우 당시 서대문경찰서 강력2팀장

2005년 10월 8일 이대우(왼쪽) 당시 서울 서대문경찰서 강력2팀장이 안양시 만안구 도로 위에서 현장검증을 진행 중이다. 이 팀장은 조직폭력배를 통해 첩보를 입수, 보험금을 노리고 70세 경비원을 차로 치어 죽인 운전자를 검거했다. 서울 용산경찰서 제공
2005년 10월 8일 이대우(왼쪽) 당시 서울 서대문경찰서 강력2팀장이 안양시 만안구 도로 위에서 현장검증을 진행 중이다. 이 팀장은 조직폭력배를 통해 첩보를 입수, 보험금을 노리고 70세 경비원을 차로 치어 죽인 운전자를 검거했다. 서울 용산경찰서 제공

“형사님, 제가 좋은 정보 하나 드릴게요.”

한때 ‘조폭 잡는 범죄사냥꾼’으로 이름을 날리던 이대우(51) 당시 서울 서대문경찰서 강력2팀장(현 서울 용산경찰서 사이버팀장)이 보험 사건에 뛰어든 계기는 다소 엉뚱했다. 2005년 9월 ‘동대문시장파’ 조직폭력배 43명을 잡아들이는 와중에 한 행동대원이 지레 겁에 질려 “얼마 전 보험사기 제안을 받았다”고 털어 놓은 것. 행동대원은 교도소에서 알게 된 동생 박모(36)씨가 “교통사고로 사람을 죽였더니 큰 돈을 벌었다”고 말했다.

아니나 다를까 박씨가 8월 30일 오전 3시40분쯤 경기 안양시 한 도로에서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던 경비원 김모(70)씨를 뒤따라가 차로 치어 죽인 사실이 이 팀장 수사로 드러났다. 2,000만원 빚이 있던 박씨는 미리 운전자보험 3개를 가입해 둔 덕분에 형사합의지원금 6,030만원을 수령할 수 있었다. 피해자 유족에게 1,800만원을 주고 합의했으니, 4,000만원 넘는 돈을 번 셈이다.

이 팀장은 “현장검증이 있던 날 한 유족이 ‘살인범을 밀어버리겠다’며 트럭을 끌고 올 정도로 억울한 죽음에 대한 분노가 컸다”며 “그때부터 보험사기 속에 숨겨진 억울한 죽음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고 말했다. 당시만 해도 형사합의지원금을 주는 운전자보험이 널리 알려지지 않아 이를 악용한 사기 사건들은 새로웠다.

‘충남 할머니 연쇄살인’ 사건을 떠올린 이 팀장은 “범행 현장은 증거의 보고라는 수사 명언이 있다”며 “교통사고 현장이라고 해서 강력 사건과 다를 게 없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반복 실시된 모의실험을 통해 용의자 진술에서 모순점을 찾아내는 게 수사 성패를 결정짓는다는 소신도 그때 생겼다.

이 팀장은 “혼자 노력으로 된 것이 아니다”라며 “직접 충남 현장을 찾아 함께 사건 시뮬레이션을 할 정도로 기소에 공을 들인 김창환 당시 담당 검사 역할도 컸다”고 말했다. 현재 변호사로 일하고 있는 김 전 검사는 “겉모양으로만 보면 다 똑같은 교통사고다 보니, 그 사람의 마음 속에 있는 고의성을 입증하기가 정말 어려웠다”고 했다. 이 팀장과 김 전 검사는 “보험제도의 허점을 노려 사법제도를 농락하는 지능범을 잡기까지는 끈기와 노력이 필요하다“며 “현장에서 국민들의 생명을 보호하는 수사인력에 대한 꾸준한 지원이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2005년 8월 30일 안양시 만안구 도로 위에서 보험금을 노리고 70세 경비원을 차로 치어 죽인 살인 사건 현장. 사고 충격으로 가로수가 움푹 패였고, 파손된 자전거가 인도 멀리까지 날아가 있다. 서울 용산경찰서 제공
2005년 8월 30일 안양시 만안구 도로 위에서 보험금을 노리고 70세 경비원을 차로 치어 죽인 살인 사건 현장. 사고 충격으로 가로수가 움푹 패였고, 파손된 자전거가 인도 멀리까지 날아가 있다. 서울 용산경찰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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