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들 댓글 지역상권에 영향력
“불친절하다” 등 혹평에 매출 뚝
일부 회원은 할인 요구 갑질도
지난해 경기 수원시에 작은 식당을 연 A(50)씨는 주부들이 육아나 지역 정보를 공유하는 온라인 ‘맘카페’ 때문에 요즘 밤잠을 설친다. ‘식당 관련 안 좋은 후기가 있더라’ 지인 말에 접속한 카페에는 ‘유아용 의자와 메뉴가 없어 문제 삼았더니 ‘죄송하다’는 말은커녕 없는 게 당연하단 듯 말하더라. 직원이 자신을 무시하는 것 같아 기분이 나빴다’는 내용으로 시작해 ‘어차피 음식 맛이 없으니 가지 말라’는 조언으로 끝맺은 글이 올라와 있었다. ‘마음 고생 많았다’는 댓글도 수십 개나 달렸다. A씨는 “(그 후로) 실제 손님이 눈에 띄게 줄었다“며 “불안한 마음에 매일 커뮤니티에 들어가 습관처럼 내 가게 이름을 검색해보는 것 말고는 마땅한 대응책이 떠오르지 않는다”고 한숨을 쉬었다.
온라인 맘카페가 지역상권을 뒤흔들면서 자영업자들이 속앓이하고 있다. 많게는 수십만 명이 모여 각종 지역 정보를 나누는 공간에 올라오는 게시물 영향력은 상상 초월. 특히 ‘불친절하다’ ‘음식 맛이 형편없다’ 등 혹평이 올라오면 파급은 더욱 커져 매출에 직접 타격을 준다는 게 업자들 호소다.
이들은 무엇보다 ‘사실과 다른 내용’에 억울해 한다. 울산에서 프랜차이즈 분식점을 운영하는 B(34)씨는 “배달대행업체를 이용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는데, 우리 가게 잘못인 양 글이 올라왔다. 배달대행업체가 나서 해명을 하는 과정에서 기분이 상했던지 글을 올린 사람은 우리 가게에 전화를 해 욕설을 퍼부었다”고 주장했다. 반찬을 조금 늦게 갖다 주거나, 상품 배달이 약간 지연되는 등 사소한 실수를 꼬투리 삼아 ‘이곳 서비스 전체가 형편 없다’고 부풀리는 경우도 허다하다.
섣불리 대응할 수도 없다. “사실이 아닌 부분을 바로잡는다고 한들 회원들이 곧이곧대로 받아들여줄지 의문”인데다, “해명이 미흡하면 오히려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곳’ ‘소비자를 우롱하는 곳’으로 찍힐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자영업자는 “일단 글이 올라오면 사실 관계와 상관없이 급속도로 퍼진다”며 “해명이나 반박도 어려워 속수무책 당할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사실이 아니라고 항의하다가 되레 맘카페 차원의 불매 운동으로 번져 가게가 폐업 위기에 놓이는 경우도 여럿이다.
이렇듯 눈치를 보다 보니 카페 회원들의 부당한 요구를 거절하지 못하기도 한다. 주로 맘카페에 홍보를 해 주겠다는 조건으로 이런저런 무료 혜택 등을 제공해달라는 것인데, ‘거절했다가 역으로 안 좋다는 얘기를 들을까 무섭기’ 때문이다. 지난해까지 작은 카페를 운영했던 김미연(32)씨는 “손님 세 명이 ‘맘카페 회원’이라 소개하며 홍보 글을 올려주겠다고 해 고마운 마음에 쿠키 등을 서비스로 내줬더니 이후에도 당연한 듯 서비스를 요구하고 심지어 주문까지 반말로 해 황당했다”고 했다. 또 다른 자영업자는 “게시물 관리 및 가게 홍보를 도와준다며 무료이용권, 할인쿠폰 등을 노골적으로 요구하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소송 제기나 경찰 고발 등 법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라는 조언이 나오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한국인터넷광고재단 관계자는 “게시물에 일일이 대응하는 것을 시간 낭비로 보거나 추가 피해 등을 우려해 (게시물을) 방관하는 업체가 대부분이다”고 전했다. 함영주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명예훼손 및 전기통신기본법 위반(허위사실유포) 혐의를 증명하기가 어렵고, 소송 비용이 이득보다 커 포기하는 경우가 대다수”라고 말했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강진구 기자 realn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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