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혼녀 남자친구 납치 인정에도
법원 “시신 없어” 살인 혐의 무죄
아내를 살해하기로 내연녀와 공모해 거가대교, 을숙도대교 등을 돌며 시신 유기 장소를 물색한 강모씨가 노렸던 건 하나였다. ‘시신 없는 살인’, 완전범죄다.
그런 그들에게 폐쇄회로(CC)TV가 상대적으로 적은 을숙도대교는 최적 장소였다. 해운대 해수욕장에 내린 뒤 A씨 행적이 드러나지 않았고, 강씨 주장처럼 가출했는지 사망했는지조차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수사팀은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경찰이 들이미는 증거에 “전 아닙니다” “뭔가를 잘못 아신 것 같습니다”라며 태연히 범행을 부인한 것 역시 시신이 나오지 않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가 범행을 시인한 것 역시 실종 49일만에 시신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경찰과 검찰 수사에 자문을 하는 등의 경력도 무시할 수 없지만, 범행 전 강씨는 이전 ‘시신 없는 살인 사건’을 공부했다. 인터넷 등으로 자료를 꼼꼼하게 검색했다. 그 중 하나가 ‘예비신랑 실종’ 사건이다. 2010년 6월, 결혼을 4개월 앞둔 예비신랑 김모(당시 32)씨는 약혼녀 남자친구 이모(당시 32)씨 연락을 받고 나갔다가 행방이 묘연해졌다. 이씨 사무실에서 김씨 혈흔까지 발견됐지만 “감금했을 뿐, 살인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결국 “감금폭행 증거만으로는 김씨 살해를 계획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납치와 폭행 혐의만을 인정, 징역 7년을 선고했다. 시신이 없는, 살인으로 추정은 되지만 살인을 증명할 수 없는 사건. 강씨가 범행을 저지르기 불과 8일 전에 내려진 재판 결과였다.
올해 3월 발생한 ‘인천 초등학생 살인’ 사건 가해자인 김모(17)양도 범행 직전 휴대폰으로 ‘부산 시신 없는 살인 사건’ 등을 검색했다. 2010년 6월 노숙인 김모(당시 26세)씨가 노숙인 쉼터에서 알게 된 손모(당시 42세)씨를 따라 대구에서 부산으로 갔다 7시간 만에 사망한 사건이 ‘부산 노숙자 살인’ 사건이다. “원래 심장이 안 좋았다”는 손씨 말을 믿고 병원이 급성심근경색 사망으로 처리, 이후 손씨가 시신을 화장해 없애면서 손씨가 범인인지 여부를 두고 치열한 법정 공방이 펼쳐졌다. 결국 대법원에서 손씨 살인 혐의가 인정돼 무기징역이 선고됐지만, 1심과 항소심에선 유무죄로 판결이 엇갈리면서 논란이 이어졌다.
이들이 ‘시신 없는 살인’을 노리는 동기는 “완전범죄를 꿈꾸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범죄심리분석관인 배상훈 서울디지털대 경찰학과 교수는 “시신이 없으면 ‘사망했다’는 게 성립이 안 되고, 범행 방법을 재구성한다 해도 ‘추정’에 불과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낮은 형량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것 역시 이들이 시신을 숨기는 주요 이유다. 배 교수는 “정황 증거, 간접 증거만으로 살인을 입증하는 경우도 있으나, 사실 그러한 증거는 ‘사람을 실제로 죽였는가’와는 별개”라고 밝혔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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