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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위험한 개 법'을 만들기 위해서는

입력
2017.10.2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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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 확대, 격리 규정보다 개 사육기준 강화가 먼저

핏불테리어 종이라고 해서 모두 공격적인 것은 아니다. 다만 공격성이 있거나 위험한 개의 경우 견종이 아니라 개의 특성에 맞게 철저하게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게티이미지뱅크
핏불테리어 종이라고 해서 모두 공격적인 것은 아니다. 다만 공격성이 있거나 위험한 개의 경우 견종이 아니라 개의 특성에 맞게 철저하게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게티이미지뱅크

가수 최시원씨 가족이 키우는 프렌치불도그에 물린 한식당 ‘한일관’ 대표 김모씨가 패혈증으로 사망하는 사고가 이슈가 되면서 반려견, 특히 맹견에 대한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쏟아지고 있다.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는 ‘최시원 특별법’을 만들자는 의견이 제시됐고, 온라인에선 국회서 잠자고 있는 맹견관리법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하지만 현재 발의된 맹견 관리 의무를 강화하는 동물보호법 개정안들이 이번 사건 재발을 막는 근본적 대책이 될 수 없고 이번 기회로 사육기준 등 소유주의 관리,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특히 해외 맹견관리법의 경우 무턱대고 맹견을 지정하고, 규제만 하는 게 아니라 맹견 등록 절차와 관리를 철저하게 하고, 사고를 일으킨 개에 대해서도 훈련의 기회를 주는 등의 체계가 갖춰져 있다는 점도 간과해선 안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견종보단 각각의 개의 특성이 중요

현재 동물보호법 제12조 2항에 따르면 목줄 외에 입마개 착용이 의무화된 맹견의 범위를 도사견·아메리칸 핏불테리어·아메리칸 스태퍼드셔 테리어·스태퍼드셔 불테리어·로트와일러와 그 잡종, 그 밖에 사람을 공격해 상해를 입힐 가능성이 큰 개로 되어 있다. 반려견이 사람을 물어 죽였을 경우엔 반려인은 형법상 과실치사죄가 적용돼 2년 이하의 금고형 또는 7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반려인이 조금의 주의도 기울이지 않아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 인정되면 형법상 중과실치사죄가 적용돼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장제원 자유한국당 의원 등은 현재의 관련 법이 미흡하다고 보고 ‘사고발생 시 주인의 동의 없이도 해당 견에 대해 격리 등 필요한 조치를 즉각 취할 수 있도록 하며 관리의무 소홀로 인한 인명피해 발생 시 처벌을 강화하는’ 등의 내용을 기반으로 한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어 비슷한 취지로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 같은 당 주승용 의원, 주호영 바른정당 의원도 개정안 발의 대열에 합류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3일 내년 3월부터 공공장소에서 목줄을 하지 않을 경우 과태료를 상향 조정하고, 현재 맹견의 범위에서 외국에서 관리하는 맹견 종류를 추가한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동물권 연구단체 PNR의 서국화 공동대표는 “위험한 개에 대한 관리 기준이 강화되어야 할 필요성은 있지만 단순히 견종의 문제라고 보긴 어려운 것 같다”며 “현행 동물보호법 상으로도 6종 이외에 다른 견종을 포함시킬 수 있는 여지가 있기 때문에 견종 추가 자체가 의미가 있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더욱이 사고를 발생시킨 견종을 맹견에 계속 추가하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때문에 단순히 맹견의 범위를 견종으로 확대하거나 문제가 있다고 바로 격리, 안락사 시키는 게 아니라 ‘위험한 개’의 등록을 강화하고, 사육기준 등 소유주의 관리, 책임도 함께 규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이형주 어웨어 대표는 “개물림 사고에 대해 목줄위반 외에 견주에게 책임을 묻는 벌칙도 강화하는 게 필요하다”며 “해외 경우 사람을 문 개는 따로 위험한 개로 등록하게 해서 등록세나 보험에 가입하도록 하고 사람을 문 횟수에 따라 가중처벌도 한다”고 말했다.

현재 발의된 맹견 관리 의무를 강화하는 동물보호법 개정안들이 이번 사건 재발을 막는 근본적 대책이 될 수 없고 이번 기회로 사육기준 등 소유주의 관리,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최시원 씨 SNS 캡처
현재 발의된 맹견 관리 의무를 강화하는 동물보호법 개정안들이 이번 사건 재발을 막는 근본적 대책이 될 수 없고 이번 기회로 사육기준 등 소유주의 관리,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최시원 씨 SNS 캡처

해외 ‘위험한 개’ 규정도 개체에 무게

미국, 캐나다 등에서도 핏불테리어, 로트와일러 등 일부 견종의 사육을 금지 또는 제한하는 '특정 견종에 대한 법률(Breed-Specific Legislation·BSL)'이 있다. 하지만 해외에선 이미 이 법안이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 또한 만만치 않다. 애리조나, 뉴욕 등은 BSL을 반대하면서 이를 적용하지 않고 있다.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특정 종에 국한해서 사육을 금지하는 것보다, 종과 상관없이 책임감 있는 사람들만 동물을 기를 수 있도록 하는 면허제를 권장하고 있다. 또 종과 상관없이 모든 동물 소유자가 책임의식을 갖고 자신의 동물을 통제하도록 하는 법을 시행하는 방향이 훨씬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미국에선 단순히 위험한 개(Dangerous Dog)로 규정하는 게 아니라 위험한 개, 사나운(vicious) 개 또는 잠재적으로 위험한 개로 나누고, 위험한 개로 등록할 지 여부는 각 주에서 마련된 조항에 따라 행정, 민사, 또는 형사재판을 거쳐 정한다. 안락사 여부는 보통 ‘위험한 개’ 또는 ‘사나운 개’로 등록된 개가 사람 또는 반려동물을 죽이거나 치명적인 부상을 입힌 경우에 판단한다. 버지니아, 뉴저지, 루이지애나주는 안락사 대상에 오른 모든 사나운 개에 대해 소명할 기회를 준다.

영국의 ‘위험한 개 법(Dangerous Dogs Act)’은 핏불테리어, 도사, 도고아르젠티노, 필라브라질레의 사육을 금지하고 있다. 다만 해당 견종이더라도 위험하지 않은 개체는 면제 대상(the Index of Exempted Dogs)에 오를 수 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중성화 수술, 마이크로칩 이식, 탈출할 수 없는 안전한 장소에 두기, 외출 시 리드줄과 입마개를 착용을 의무적으로 따라야 한다.

이형주 대표는 “해외에서도 견종이 아니라 개별적 개체에 대해 판단하는 추세다”며 “개가 사람을 물었다 해도 상해를 입은 정도, 원인 등을 수의사, 행동교정사 등 전문가들이 종합적으로 평가해서 복종훈련을 받게 하는 등 개의 거취를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동그람이 고은경, 윤주영, 정진욱

scoopkoh@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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