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정조의 명으로 1790년에 편찬된 종합무예서인 ‘무예도보통지’가 북한의 첫 세계기록유산이 됐다.
1일 문화재청과 한국학중앙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7월 아시아태평양 기록유산에 이름 올렸던 ‘무예도보통지’가 지난달 24~27일 열린 제13차 세계기록유산 국제자문위원회(IAC) 심사를 거쳐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됐다.
‘무예도보통지’는 정조 때 검서관이었던 이덕무, 박제가 등이 편찬했다. 24종의 무예 기술을 그림과 함께 설명했다. 임진왜란 후 군사훈련을 위해 선조와 영조 때 간행된 ‘무예제보’와 ‘무예신보’를 집대성하고, 무예서 140여권을 참조해 한국 중국 일본 무예를 비교 분석한 책으로 ‘무예 동의보감’으로도 불린다. 국내에는 한국학중앙연구원, 서울대 규장각한국학연구원, 국립중앙도서관 등이 같은 책을 수십권 보유하고 있다.
다만 북한이 세계기록유산 등재 신청 과정에서 ‘무예도보통지’가 현대 북한 태권도의 원형이 됐고, 김홍도가 삽화를 그렸다고 강조한 점은 학계에서 공인되지 않은 주장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문화재청은 ‘무예도보통지’가 아시아태평양 기록유산으로 등재된 직후인 지난해 8월 북한과 세계기록유산 공동 등재를 검토하면서 이런 내용을 확인했지만 공동 등재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북한과의 공동 등재는 어렵다고 판단해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며 “세계기록유산은 소장 기관이 신청한 기록물을 대상으로 등재 후보를 정하는데, 무예도보통지는 신청이 들어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해은 한국학중앙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북한 이름으로 등재된 점은 안타깝지만 책 내용이 세계적으로도 인정받을 만한 독창성을 갖췄다고 유네스코가 판단했다는 뜻”이라며 “국내에서 상대적으로 중요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무예와 군사기록물에 대한 관심 환기 계기가 돼야 한다”고 했다. 그는 “조선시대 300여년의 병영생활사를 기록한 ‘군영등록’에 대한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추진했지만 국내 후보에도 오르지 못했다. ‘무예도보통지’보다 앞서 편찬된 ‘무예제보’는 현재 프랑스에 있는데 이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도 많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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