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화질 신형 1주일 간격 자동 삭제
구형은 한달 저장되나 화질 떨어져
개인건물 CCTV 열람 협조 절실
영장 기다리다 단서 지워지기도
부산 고부 살인 사건의 범인을 잡을 수 있었던 건 집요한 폐쇄회로(CC)TV 분석 덕이다. 특히 범인 김모씨가 범행 추정 시간대 현장에 나타난 것을 증명해준 67번 시내버스 블랙박스의 ‘선명한’ 영상이 아니었다면, 김씨는 “나는 현장 근처에 간 적도 없다”고 계속 잡아뗐을 가능성이 컸다. 이 뿐 아니다. 수 많은 사건 현장을 누비는 경찰들은 이구동성 “CCTV가 범인 검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말한다.
부산 고부 살인 사건에 참여했던 부산경찰청 광역수사대 소속 윤성환(45) 경감 역시 이에 공감했다. 다만 조건이 있었다. “CCTV와 블랙박스 수집 골든 타임은 범행 후 ‘일주일’입니다. 수사 초기에 확보하지 못하면 결정적인 단서를 놓칠 수 있습니다.”
윤 경감 말에는 다 이유가 있다. 최근 출시된 CCTV와 블랙박스는 대부분 고화질로 녹화된다. 고화질일수록 용량이 큰 데 저장 공간은 제한돼 있다. 그래서 저장 공간이 가득 차면 오래된 화면부터 자동으로 삭제된다. 보통 1주일 간격이다. 예컨대 11월 15일 영상을 보고 싶어도 11월 22일이 지나서 가면 영상은 이미 없어진 뒤다.
출시된 지 오래된 CCTV들은 한 달 가까이도 저장된다. 다만 화질이 좋지 않아 범죄를 뒷받침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 부산 고부 살인 사건만 해도 고물상에 설치된 CCTV 영상에 찍힌 모습으로는 범인이라고 단정짓기 쉽지 않았다. 결국 저장시간이 1주일뿐인 고화질 영상을 얼마나 많이 확보하느냐가 관건인 셈이다.
1주일 안에 ‘어떤’ CCTV 영상을 수집하는가도 중요하다. 우선 범행 현장을 드나들 수 있는 경로를 최대 경우의 수로 뽑는다. 그리고 경로마다 위치한 공공기관ㆍ사설 CCTV, 차량 블랙박스 등을 수집한다. 구청에서 설치했거나 범죄예방용으로 설치된 CCTV는 바로 받아 볼 수 있지만, 개인 건물 또는 차량에 설치된 CCTV와 블랙박스는 확보하는 게 어려울 때가 있다. “살인 사건 수사 중”이라고 해도 “경찰을 믿을 수 없다”면서 영상을 주지 않기도 한다.
윤 경감은 “물론 모든 절차를 밟고 법원으로부터 영장을 받아 영상을 확보하는 게 맞다”면서도 “그러다가는 골든 타임을 놓치기 일쑤”라고 했다. 이어 “수사기관 입장에선 ‘그 사이 영상이 삭제되기라도 하면 어쩌나’ 전전긍긍할 수 밖에 없다”면서 “결국 시민들 협조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부산=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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