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우려한 의류가맹점 손배소
“작가측 저작권 주장 안해” 패소
자영업자 A씨는 2012년 유명 골프 의류업체 루이까스텔과 계약을 맺고 특약점을 개설해 제품을 판매해왔다. 이듬해 10월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피카소 전시회를 찾아 관람하던 A씨는 드로잉 작품 ‘개(The Dog)’를 보고 깜짝 놀랐다. 피카소가 자신의 반려견을 모델로 그린 작품으로, 자신이 물건을 떼다 팔던 루이까스텔 로고와 완전히 똑같았기 때문이다. 루이까스텔 로고가 피카소 그림을 본 딴 것이리라 짐작했다.
못내 미심쩍었던 A씨는 2016년 9월 루이까스텔 본사에 우편을 한 통 보냈다. “의류 제품에 표시하고 있는 로고가 피카소 드로잉과 매우 유사해 저작권 침해 우려가 있으니 피카소 측으로부터 그 사용에 관한 법적 권리를 취득했는지 여부를 확인해 달라”는 취지의 내용증명이었다. 아무런 답신이 없자 “로고가 부착된 의류 제품을 판매하는 특약점 계약은 피카소의 저작권을 침해하는 것이어서 법적인 문제가 발생할 우려가 크므로 더 영업활동에 전념할 수 없어 이를 해지한다”고 사측에 통보하고, 더불어 2억 9,300만원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로고와 그림의 유사성은 누구도 부인하기 어려운 상황. 하지만 법원은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60부(수석부장 김형두)는 4일 “사측 대표이사는 이 사건 로고에 대한 상표권을 적법하게 보유하고 있다”고 판결했다. 피카소 드로잉과 모양이 동일한 건 맞지만 “원고의 우려와 달리 피카소 측에서 저작권 침해를 주장하면서 그 사용 중지를 요청했다는 자료를 찾아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이어 “사측은 로고가 표시된 의류 제품을 각 대리점에 계속 공급하고 있고 다른 대리점들도 현재 별다른 제약 없이 의류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며 “A씨가 특약점 계약을 해지하고 스스로 영업을 중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동물을 사랑했던 피카소의 ‘개(The Dog)’는 경매가 900억원에 낙찰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민정 기자 fac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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