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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586세대 vs 2030세대

입력
2018.01.28 13:45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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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기간에 출생한 인구집단이 공유한 20대 전후 정치ㆍ사회적 경험이 그들의 정체성을 형성한다. 2030의 부모인 586세대는 20대에 군부독재에 맞서 민주화 투쟁을 경험했다. 환경 인권 통일 등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은 배경이다. 2030세대는 외환위기 이후 신자유주의와 양극화의 희생자다. 1대 99 사회에 분노하고 좌절한 탓에 경제적 이해관계에 민감하고 공정한 룰에 집착하는 경향이 강하다.
특정기간에 출생한 인구집단이 공유한 20대 전후 정치ㆍ사회적 경험이 그들의 정체성을 형성한다. 2030의 부모인 586세대는 20대에 군부독재에 맞서 민주화 투쟁을 경험했다. 환경 인권 통일 등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은 배경이다. 2030세대는 외환위기 이후 신자유주의와 양극화의 희생자다. 1대 99 사회에 분노하고 좌절한 탓에 경제적 이해관계에 민감하고 공정한 룰에 집착하는 경향이 강하다.

나이가 50대로, 1980년대 대학에 입학하고 60년대 태어났으니 ‘586’이다. 쉬 대학 들어가고 취업하고 결혼한 행운의 세대다. 80년대 한국경제는 연평균 10% 성장했다. 대학 진학률은 불과 30%선. 일자리가 차고 넘쳤다. 완전고용의 시대였다. 덕분에 취업 걱정 없이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할 수 있었다. 분당 일산 등 신도시 개발에 힘입어 아파트도 손쉽게 마련했다. 강남 목동 등에 자리 잡은 행운아는 집값이 뛰어 자산을 크게 불렸다. 먹고 사는 문제에 구애받지 않다 보니, 환경 인권 통일 등에 관심이 많다.

▦ 아들과 딸은 20대 중반이다. 1980년 초~2000년 초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다. 내 자식이지만 DNA는 전혀 다르다. 디지털 문화에 익숙해 주로 SNS로 소통한다. 통일 정의 공동선과 같은 대의명분이나 사회문제에는 도통 관심이 없다. 대신 개인주의 성향이 강하다. 여행, 맛집 순례 등 자기 욕망에 헌신적이다. 서울대 송호근 교수는 이렇게 진단한다. “기성세대가 단순 명료한 시대에 살았다고 할 수 있으며, 그렇기에 그들의 세계관으로는 젊은 세대가 처한 삶의 환경과 사고양식을 이해하기란 벅차다.”

▦ 칼 만하임은 특정 인구집단이 20세 전후 공유한 사회적 경험이 평생의 가치관이나 정치성향을 결정한다고 했다. 586은 20대에 군사정권의 폭압에 맞서 민주화 투쟁을 주도했다. 사회문제에 관심이 큰 이유다. 2030은 외환위기 이후 본격화한 경제적 불평등의 희생자다. 그들의 저항의식은 586의 진보와는 차원이 다르다. 노동시장 신규 진입자에게 더 많은 희생을 강요하는 신자유주의에 분노한 탓에 경제적 이해관계에 특히 민감하다. 공정한 룰에 대한 집착은 승자독식의 무한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다.

▦ 문재인 대통령 국정 수행을 80%대로 지지했던 2030세대의 지지율이 60%대로 떨어졌다. 가상화폐 대책 혼선과 남북단일팀 구성 논란이 젊은 세대의 이반을 부른 것으로 풀이된다. 586의 세계관으로 만든 정책이 2030 호응을 얻기란 쉽지 않다. 부모세대인 586은 2030의 고통과 좌절에 공감해야 한다. 그렇다고 일확천금을 노리는 투기 광풍을 방치하거나 한반도 긴장 완화 노력을 포기할 수는 없다. 2030이 노동의 가치만으로 결혼도 하고 집도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게 관건이다.

고재학 논설위원 goind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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