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1년 쇼트트랙으로 빙상 입문
중학교 들어 스피드스케이팅 집중
16세에 최연소 태극마크 일취월장
유럽 텃밭서 아시아 첫 메달 쾌거
‘빙속 괴물’ 김민석(19ㆍ성남시청)은 여섯 살 때 집 근처 안양빙상장에서 처음 스케이트를 탔다. 초등학교 1학년 쇼트트랙 선수로 빙상에 본격적으로 뛰어 들었고, 3학년부터는 스피드스케이팅도 병행했다.
재능은 스피드스케이팅에서 돋보였다. 출전하는 대회마다 국내 기록을 갈아치우면서 1위를 놓쳐본 적이 없다. 하지만 쇼트트랙 대회에선 종종 예선 탈락했다. 두 종목 경기 방식이나, 스케이트가 다른 데도 쇼트트랙에서 진 날은 서러운 마음에 펑펑 울었다.
독한 마음을 품고 기어코 초등학교 6학년 쇼트트랙 전국대회에서 최우수선수상(MVP)을 받고서야 직성이 풀렸다. 중학교 1학년까지 스피드스케이팅과 쇼트트랙을 모두 탔던 그는 스피드스케이팅에 집중하기로 했다.
2014년 16세의 나이로 최연소 태극마크를 단 김민석은 단숨에 남자 1,500m 1인자로 우뚝 섰다. 이제 막 고등학교를 졸업한 그에게 2018 평창동계올림픽은 10위권 이내에 들어도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도 있었지만 승부 근성이 넘치는 김민석은 당차게 그 이상을 바라봤다.
결국 김민석이 큰 일을 냈다. 김민석은 13일 강릉 오벌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남자 1,500m에서 1분44초93에 결승선을 통과하며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네덜란드 키얼트 나위스(1분44초01), 파트릭 루스트(1분44초86)에 이은 3위다. 그 동안 유럽과 미주 선수들이 강세를 보였던 이 종목에서 김민석이 메달을 따낸 것은 아시아 최초다.
이로써 김민석은 이 곳을 약속의 땅으로 만들었다. 지난해 같은 장소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성인 무대 데뷔전을 치러 5위에 올라 가능성을 입증했다. 그래서 생애 첫 올림픽을 앞두고도 전혀 긴장한 기색이 없었다.
김민석은 대회 전 “우리나라에서 하는 대회니까 이점이 더 많다”며 “팬들의 응원이 큰 힘이 될 것 같다”고 기대했다. ‘오히려 부담되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살짝 웃으며 “제가 아직 뭘 몰라서 그러는 것 같기는 한데 오히려 더 자신감이 생긴다”고 다부지게 말했다.
그는 “메달을 따려면 1분44초대로 들어와야 할 것”이라 했는데 예상대로 레이스를 펼쳤고 올림픽 동메달이라는 쾌거를 이뤘다.
3남매 가운데 막내 아들의 동메달 획득 현장을 직접 지켜본 아버지 김남수(55)씨는 감격에 젖었다. 김씨는 아들에 대해 “가정에서는 막내지만 가장 듬직하고 자랑스러운 아들”이라며 “가장 큰 장점은 스스로 잘 조절할 줄 안다.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구분하는 것에 대해선 굉장히 프로페셔널 한 선수”라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강릉=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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