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에서 한국어학과를 졸업한 직장인들은 다른 전공자들보다 두 배 많은 급여를 받으면서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어 구사자 공급이 수요를 따르지 못한다는 뜻으로, 교육질 향상과 함께 한국어 보급 확대를 위한 대책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13일 호찌민시 주재 한국교육원에 따르면 베트남 내 23개 대학이 한국(어)학과를 개설해놓고 있으며, 학생 수는 1만345명으로 파악됐다. 이들을 가르치는 강사는 전임 140명, 비전임 118명 등 총 258명이다. 이는 한국교육원이 처음 실시한 ‘베트남 내 대학 한국(어)학과 현황 연구’에서 나타났다.
한국어학과 졸업생 333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이들의 급여는 월등히 높았다. 졸업 1~5년차 직장인은 평균 1,400만동(약 65만8,000원)인 것으로 조사됐는데, 베트남 노동보훈사회부(MOLISA)가 지난해 2분기 실시한 대졸 평균 월급(749만동ㆍ약 35만2,000원)의 2배 수준이다. 졸업 6~10년차 그룹은 2,700만동(약 127만원), 11~15년차는 3,300만동(약 155만원)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30대 후반, 40대 초반의 16~20년차 졸업생들은 6,300만동(약 296만원)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베트남 1인당 소득(GDPㆍ2,300달러)을 월급으로 환산하면 약 20만5,000원이다.
지역별로 한국어학과 개설된 대학은 호찌민시를 중심으로 한 남부가 12개로 가장 많았고, 하노이 등 북부 9개, 다낭 등 중부 2개다. 학생수는 남부 5,340명(51.6%), 북부 3,574명, 중부 1,431명으로 집계됐다. 학생들의 한국어학과 지원동기는 한국 문화ㆍ사회에 대한 관심이 187명(56.3%)으로 가장 많았고, 취업 77명(23.2%), 가족의 권유 35명(10.%) 등으로 나타났다. 또 졸업생 10명 7명 이상이 통ㆍ번역 관련 업무 종사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용역을 수행한 푸엉 마이 호찌민국립대 인문사회과학대 한국학부 교수는 “문화와 역사 등 다양한 지식을 겸비해야 제대로 된 실력이 나온다”며 “한국어 중심의 교육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교재 개발과 교육과정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김태형 한국교육원장은 “한국어학과 졸업생들의 임금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한국어 구사자 수요가 높다는 뜻”이라며 “이제는 사범대학 내 한국어교육학과를 개설, 한국어를 가르치는 현지 교사를 양성해 공급을 체계적으로 늘리는 동시에 한국어 교육의 질적 수준 향상에도 힘 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베트남에는 한국어 교사를 양성하는 한국어교육학과가 아직 없다. 호찌민=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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