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관리자급 3300여명 조사
직급 낮을수록 확률 더 떨어져
“근로시간 해결해야 출산율 회복”
일하는 시간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여성 근로자가 아이를 낳을 가능성이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당 근로시간이 10시간 증가할 경우 임신확률은 3.4%포인트 감소했다. 우리나라의 극심한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열쇠를 ‘근로시간 단축’에서 찾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10일 국회예산정책처(예정처)가 2007년~2014년 여성관리자(대리급~임원급) 3,333명을 대상으로 한 패널조사 자료를 분석해 펴낸 ‘여성의 근로시간이 출산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기혼여성의 주당 평균 총 근로시간이 1시간 증가할 때마다 1년 이내 임신확률은 0.34%포인트 줄어들었다. 특히 첫째 아이를 가질 확률은 1%포인트나 크게 떨어졌다. 이는 장시간 근로가 여성 근로자가 첫 아이를 가지는 것을 미루는 원인이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근무시간이 임신 확률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은 3년 이내(-0.24%p), 5년 이내(-0.20%p), 7년 이내(-0.17%p) 등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또 이미 자녀가 있는 경우는 늘어나는 근무시간이 추가 자녀 임신 가능성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긴 근로시간은 출산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대리급 이하 직급의 임신 확률을 더욱 떨어뜨렸다. 대리급 이하 기혼여성의 경우 근로시간이 1시간 증가할 경우 1년 이내 임신확률이 0.43%포인트 떨어졌으나 과장급 이상 관리직은 0.24%포인트만 감소했다. 보고서는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1970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한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1.05명)의 배경에 장시간 근로에 따른 여성들의 출산ㆍ육아 부담이 작용했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의 연간 근로시간은 2,069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2개 국가 중 멕시코에 이어 두 번째로 높고, 주 40시간 이상 일하는 여성 근로자의 비중도 71.9%로 OECD 평균(51.1%)을 훌쩍 웃돈다. 김상미 예정처 경제분석국 경제분석관은 “아직 아이를 낳지 않은 기혼여성이나 대리급 이하 직급 종사자들의 임신확률이 근로시간에 대해 더 민감한 결과로 볼 때 장시간 근로문화 개선은 우리나라 출산율 회복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출산율 제고를 위한 정책설계 시 근로시간 등 일ㆍ가정 양립 문화정착을 위한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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