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전길남 카이스트 명예교수
빈트 서프 구글 부사장 대담
#2
가짜뉴스, 범죄 판치는 현실 두고
“특히 한중일이 기술 집착 심해”
AI 통제 등 윤리 논의 필요성 강조
#3
망 중립성 폐지엔 부정적 의견
“누구나 지연 없는 서비스 받아야”
인터넷을 개발한 사람들은 인터넷이 지금처럼 세상을 바꿀 줄 알았을까. ‘인터넷의 창시자’라 불리는 빈트 서프(75) 구글 부사장 겸 수석 인터넷 에반젤리스트(전도사)와 ‘대한민국 인터넷의 아버지’ 전길남(75) 카이스트 명예교수가 만났다.
인터넷의 탄생부터 함께 한 이들은 지난 15일 오후 사단법인 코드와 오픈넷이 마련한 대담 행사에서 ‘만들 때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던’ 인터넷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유쾌하면서도 진지한 제언을 나눴다.
서프 부사장은 1973년 통신망을 이용해 데이터를 전송하는 기술인 인터넷 프로토콜 스위트(TCP/IP)를 발명해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인터넷 환경의 시초를 마련한 인물이다. 전 명예교수는 1982년 고유 기술로 서울대와 구미 전자기술연구소를 네트워크로 연결, 대한민국을 세계에서 두 번째로 인터넷 연결에 성공한 국가로 만들었다.
소위 가짜뉴스와 인터넷 범죄가 판치는 시대에 두 사람 모두 ‘인터넷 윤리’가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해졌다고 입을 모았다. 서프 부사장은 대표적으로 사물인터넷(IoT)의 위험성을 지적했다. 그는 “방 안 가습기가 수집하고 있는 정보조차 프라이버시나 보안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는 세상”이라며 “정보 유출과 남용 위험성에 대해 윤리 교육이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가짜뉴스에 대해서는 팩트를 구분할 수 있는 개인의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온라인에서 수많은 정보에 쉽게 접근하는 대가로 치러야 하는 노력이 바로 비판적 사고”라면서 “정보의 수용과 거부 여부는 인간이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 명예교수는 특히 “한국과 일본, 중국이 너무 기술 발전에 집착한 나머지 윤리 문제를 간과하고 있다”고 따끔하게 지적했다. 그는 “인터넷 발전 초기에는 편리성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하느라 보안이나 오남용 문제를 신경 쓰지 못했다”며 “다음 세대에 사이버 범죄로 가득 찬 세상을 넘겨주지 않기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편리성과 윤리 문제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인공지능(AI)은 날이 갈수록 발전하는데, AI를 인간이 통제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논의는 전무한 상황”이라면서 “리더 그룹인 동아시아에서 이제는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2의 인터넷이라고 불리는 블록체인에 관해서는 두 사람의 생각이 달랐다. 서프 부사장은 “블록체인이 사람들 생각처럼 아주 대단한 기술은 아니고 기술적 한계가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적용해야 한다”는 회의적인 견해를 내놓았다. 반면 전 명예교수는 “잘 이용한다면 잠재력이 많은 기술”이라고 평했다. 인터넷도 초반에는 허술했던 점을 고려하면, 블록체인 기술이 아직 완벽하지 않더라도 언젠가는 인터넷을 대체할 수 있다는 해석이다.
전 명예교수는 블록체인 이용의 한 예시로 70억 세계인구의 아이덴티티를 묶어 국적이 없는 난민의 신분을 보장해줄 수 있는 시스템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밖에 서프 부사장은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 결정으로 다음달 11일 망중립성 원칙이 폐기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드러냈다. 망 중립성 원칙은 유무선 통신사업자가 콘텐츠나 응용소프트웨어(앱), 기기 등에 따른 차별 없이 동등하게 트래픽을 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는 “망중립성 원칙 폐지는 소비자의 선택권을 줄이고 소비자 보호를 막는 조치”라며 “인터넷에 접속하는 사람은 누구나 지연 없는 서비스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년 5세대(G) 인터넷 상용화를 앞두고 한국에서 제기되고 있는 망중립성 논의에 대해서는 “앞으로 꾸준히 지켜봐야 한다”면서 “5G 시대엔 유선과 다른 차별화된 서비스 제공이 가능해지겠지만, 어떤 서비스를 제공받을지에 대해 소비자가 선택권에 제약을 받는 상황이 생겨선 안 된다는 게 기본 원칙”이라고 말했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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