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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욱이 형이 운동·식단 진짜 전문가” “재성이와 뛰면 박지성과 뛰는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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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욱이 형이 운동·식단 진짜 전문가” “재성이와 뛰면 박지성과 뛰는 기분”

입력
2018.05.19 09:00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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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천후 폭격기 진화 김신욱

혹독한 노력 머리·발 다 잘 써

터키 전훈 3차례 평가전 4골

“유럽 수비수 뚫는 모습 기대를”

K리그 MVP 실력 이재성

이동국 “재성이 없는 팀은 1.5군”

전북·대표팀 오가며 살인적 일정

“세계 무대서 실력 검증 받고 싶어”

국가대표 공격수 김신욱(왼쪽)이 17일 완주군 봉동읍 전북 현대 클럽하우스 운동장에서 그가 득점할 때마다 펼치는 세리머니를 재현했다. 러시아월드컵에서도 김신욱이 득점하고 이재성이 함께 기뻐하는 장면을 볼 수 있을까. 두 선수는 꼭 그렇게 하겠다고 다짐했다. 완주=배우한 기자
국가대표 공격수 김신욱(왼쪽)이 17일 완주군 봉동읍 전북 현대 클럽하우스 운동장에서 그가 득점할 때마다 펼치는 세리머니를 재현했다. 러시아월드컵에서도 김신욱이 득점하고 이재성이 함께 기뻐하는 장면을 볼 수 있을까. 두 선수는 꼭 그렇게 하겠다고 다짐했다. 완주=배우한 기자

“(박)지성이 형이랑 뛰는 것 같아요.”

지난 17일 전북 완주군 봉동읍에 있는 프로축구 전북 현대 클럽하우스. 김신욱(30)이 옆에 앉은 이재성(26)을 보며 말했다. 이보다 더 큰 찬사가 어디 있을까. 이재성이 “형, 그런 말 하면 악플 때문에 저 큰일 나요”라며 어쩔 줄 몰라 하는 데도 김신욱은 “괜찮다”며 말을 이어갔다.

“뛰다 보면 경기장 어디에나 재성이가 있어요. 화려하진 않아도 동료에게 가장 인정받는 선수고요. 예전에 지성이 형이 그랬잖아요. 재성이는 지금 유럽에서 뛰고 있어야 할 선수에요.”

김신욱과 이재성은 신태용(49) 축구대표팀 감독이 지난 14일 발표한 28명의 러시아월드컵 소집 명단에 포함됐다. 둘 다 23명의 최종명단에 포함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국가대표 최장신인 김신욱은 197.5cm, 93kg의 거구다. 이재성은 180cm, 71kg로 축구 선수치고 호리호리한 편이다. 숙소 룸메이트기도 한 둘은 체격 조건과 나이 차를 넘는 절친한 사이다. 최강희(59) 전북 감독은 “한 눈 안 팔고 축구만 생각한다는 게 가장 큰 공통점”이라고 했다.

지난 3월 폴란드와 평가전에서 경기를 뛰는 이재성. 대한축구협회 제공
지난 3월 폴란드와 평가전에서 경기를 뛰는 이재성. 대한축구협회 제공

김신욱은 계단을 오르내릴 때도 트레이너 주문대로 ‘로봇’처럼 움직이고, 스마트폰이 축구에 방해된다는 이유로 한때 2G폰을 쓸 정도로 자기관리에 정평이 나 있다. 김신욱을 바로 옆에서 봐온 이재성은 “이렇게 연구를 많이 하고 노력하는지 미처 몰랐다. 뭘 어떻게 먹어야 좋은지 트레이너 형들보다 더 자세히 아는 신욱이 형이 진짜 전문가”라며 “형에게 하나하나 배우며 성취감을 맛보고 있다”고 했다.

이재성은 지난 시즌 K리그 최우수선수(MVP)다. 팀의 베테랑 공격수 이동국(39)이 “이재성 없는 우리 팀은 1.5군”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핵심전력이다. 국가대표에서도 손흥민(26ㆍ토트넘)-황희찬(22ㆍ잘츠부르크)-권창훈(24ㆍ디종)과 함께 신태용 감독이 가장 믿는 공격 자원이다. 작년 말부터 국가대표와 소속 팀을 오가며 살인적인 일정을 소화한 이재성은 “예전 같으면 근육이 1~2kg 빠져 컨디션 저하로 이어졌을 텐데 신욱이 형이 ‘몸이 힘들 때 오히려 근력 운동을 해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대로 따르니 진짜 효과를 봤다”며 엄지를 들었다. 김신욱은 “월드컵이라는 같은 목표를 준비하며 서로 통하는 게 많다”고 미소 지었다.

지난 해 말 동아시안컵 일본전에서 골을 터뜨린 뒤 환호하는 김신욱. 대한축구협회 제공
지난 해 말 동아시안컵 일본전에서 골을 터뜨린 뒤 환호하는 김신욱. 대한축구협회 제공

김신욱은 편견과 싸우며 진화를 거듭해 온 공격수다. 중앙대 시절까지 중앙수비수였던 그는 2009년 프로에 입단해 공격수로 변신했다. 그때만 해도 헤딩은 위협적이지만 스피드, 드리블, 시야는 부족한 ‘반쪽 선수’ 취급을 받았다. 그는 자비로 개인 트레이너를 고용해 신체 밸런스를 바로 잡는 엄청난 노력으로 머리뿐 아니라 발도 잘 쓰는 ‘전천후 폭격기’로 거듭났다. 2013년 MVP, 2015년 득점왕을 수상하며 프로 무대를 호령했다. 그러나 김신욱은 대표팀만 가면 여전히 작아졌다. 경기가 안 풀릴 때 후반에 투입돼 높은 공을 해결하거나 동료에게 연결하는 단순 임무만 주로 맡았다.

하지만 신태용 감독이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뒤 달라졌다. 그는 중앙선 부근까지 내려와 볼을 받고 측면으로도 빠져 상대 수비를 끊임없이 교란한다. 김신욱은 “수시로 비디오를 보며 어떻게 하면 대표팀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을지 끊임없이 분석했다”고 비결을 전했다. 지난 해 말 동아시안컵 득점왕(3골)에 이어 지난 1월 터키 전지훈련 때 치른 3차례 평가전에서 4골을 터뜨리며 신 감독에게 합격점을 받았다. 김신욱은 “신태용 감독님의 축구가 저를 살렸다”며 고마워했다.

김신욱이 이재성을 업었다. 두 선수는 확연히 차이 나는 체격 조건과 나이 차를 넘어선 절친한 사이다. 완주=배우한 기자
김신욱이 이재성을 업었다. 두 선수는 확연히 차이 나는 체격 조건과 나이 차를 넘어선 절친한 사이다. 완주=배우한 기자

2014년 브라질에 이어 두 번째 월드컵을 앞둔 그는 “브라질 때는 들뜨고 설레는 마음이 강했다면 이번에는 제 장점을 발휘해 어떻게든 팀에 도움 돼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무겁다”고 털어놨다. 이어 “4년 전 브라질에서 ‘경험’을 했다면 이제 러시아에서는 ‘증명’하고 싶다. 유럽 수비수들에게는 통하기 힘들 거란 나를 향한 마지막 편견도 벗겨내고 싶다“고 입술을 깨물었다.

반면, 이번이 생애 첫 월드컵이 될 이재성은 “최종예선을 치르며 월드컵이 얼마나 나가기 힘든 무대인지 깨달았다. 세계적인 무대에서 제 실력을 가늠해보고 싶다. 월드컵에서 좋은 활약을 보이면 오랜 꿈인 유럽 진출도 가까워질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완주=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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