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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범죄는 없다] 망자에 대한 범죄, 원한보다 정신질환 탓 많다

입력
2018.05.29 04:4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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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발생한 고(故) 최진실씨 유골 도난 사건의 피의자 박모(당시 40)씨는 범행동기에 대해 “지난해 신내림을 받았는데 최씨가 꿈에 찾아왔다”고 진술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2009년 발생한 고(故) 최진실씨 유골 도난 사건의 피의자 박모(당시 40)씨는 범행동기에 대해 “지난해 신내림을 받았는데 최씨가 꿈에 찾아왔다”고 진술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범죄가 비단 산 자만을 대상으로 하지는 않는다. 죽은 자에 대한 범죄도 종종 발생한다. 도굴과 유골 훼손 등이 대표적이다. 피해를 입은 유가족은 금전 요구나 원한에 의한 범행이라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정신질환자의 망상에 의한 것이 다수다.

2009년 8월 발생했던 고(故) 최진실씨 유골 도난 사건이 가장 잘 알려진 사건이다. 경기 양평군 갑산공원묘지에 안치돼 있던 최씨 분묘를 박모(당시 40)씨가 쇠망치로 내리친 뒤 유골함을 훔쳐 달아난 것이다. 당시 언론은 최씨의 광적인 팬이 저지른 소행이거나 돈을 노린 범행이 아니겠느냐는 분석을 쏟아냈다. 그러나 22일간 수사 끝에 경찰에 붙잡힌 박씨는 “지난해 신내림을 받았고, 전생에 부부였다”며 “최씨가 꿈에 찾아와 ‘대리석으로 된 묘가 답답하니 흙으로 된 묘로 해달라’고 말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정신 감정에서 정신질환 판정을 받았다. 특수절도 및 사체등의영득죄로 기소된 박씨는 징역 1년6월형을 선고 받고 2011년 만기 출소했다.

이천 연쇄 무덤도굴 사건을 수사한 정선호 이천경찰서 강력1팀장도 원한관계에 의한 범행이라 생각했다. 정 팀장은 “조선시대에 죽은 사람의 죄를 사후에 처벌하기 위해 부관참시를 했듯, 이 사건도 그런 것 아니겠느냐 여겼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찰에 붙잡힌 박모(60)씨는 무덤에 묻힌 망자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정신질환자였다.

실제 보통 사람들은 망자에 대한 범행을 저지를 가능성이 낮다. 설령 범죄 의도를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부관참시 등 죽은 사람을 대상으로 한 형벌이 사라진 현대사회에서 ‘죽은 사람을 이용하겠다’는 생각까지 도달하는 경우는 드물다.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은 그렇지 않다. 망상에 사로잡힌 이들은 망자와 소통 혹은 신과 교신하기 위해 죽은 사람의 몸에 집착하는 경우가 많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정상적 사고가 와해된 사람은 다른 사고체계를 대안적으로 가지게 된다”며 “이들은 신비한 대상과 소통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 대상과 연결고리를 찾기 위해 사후세계에 있는 망자를 찾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진구 기자 realn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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