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자동차 시장의 치열한 경쟁 구도와 더욱 엄격해지는 환경 규제는 자동차 기술의 발전으로 이어지고 있다.
덕분에 연비가 좋지 않고, 코너링이 나쁘고, 쓸데 없이 무겁기만 하다는 미국차의 '관습적인 단점'도 모두 해결된지 오래다. 하지만 최고 출력 648마력을 자랑하는 CTS-V는 아마도 편견 그 이상의 '나쁜 효율성'을 기대하게 만든다.
하지만 자유로 위에서 CTS-V는 의외의 모습을 보여줬다.
압도적 퍼포먼스, CTS-V
캐딜락 CTS-V의 보닛 아래에는 시장의 경쟁 모델들을 단번에 바보로 만드는 압도적인 엔진이 자리한다. 구식이라 격하 당하고 있지만 대배기량 엔진에서는 여전히 매력적인 OHV 구조와 첨단 기술을 집약한 LT1 V8 6.2L 엔진에 1.9L 크기의 슈퍼차저를 더한 LT4 유닛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이를 통해 CTS-V는 최고 출력 648마력과 87.2kg.m의 압도적인 출력을 자랑하며 8단 자동 변속기를 통해 후륜으로 출력을 전한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는 단 3.7초, 최고 속도는 320km/h에 이르는 파괴적인 모습을 지닌다.
한편 효율성 부분은 아쉬울 수 밖에 없다. 실제 공인 연비는 6.7km/L에 불과하며 도심과 고속 연비 역시 각각 5.7km/L와 8.6km/L에 불과하다.
자유로에 울려 퍼진 CTS-V의 퍼포먼스
도심을 빠져나와 가양대교 북단을 통해 자유로에 올랐고, 이내 트립 컴퓨터의 모든 수치를 리셋하며 본격적인 자유로 주행을 시작했다. 이른 오전에 시작된 주행이라 그런지 자유로의 상황이 아주 좋았다.
탁트인 시야와 약간은 서늘한 아침 바람을 가르며 CTS-V는 가속하기 시작했다. 압도적인 성능을 절반도 사용하지 않고도 강렬한 펀치감이 등뒤를 떠미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것도 잠시, 90km/h의 속도, 8단을 유지하고 계속 달리기를 이어갔다.(참고로 GPS 상으로 90km/h 속도를 맞추면 계기판에서는 93km/h를 표기한다.)
아쉬운 점은 바로 사운드에 있다. 과거 2세대 CTS-V는 지금보다 90마력 가량 낮은 출력을 갖췄지만 노골적인 존재감을 드러내는 배기 시스템을 통해 가속 상황에서 듣는 즐거움이 상당히 호쾌했기 때문에 지금의 비교적 얌전한 사운드가 아쉬울 수 밖에 없다.
안락하고 매력적인 주행 감성
648마력에 이르는 출력이나 87.2kg.m에 달하는 토크를 보고 있자면 '이 차량이 과연 편안한 차량일까?'라는 의문이 든다. 하지만 자유로를 달리고 있자면 기대 이상의 편안함과 아늑함을 느낄수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실제 CTS-V는 넉넉한 크기와 함께 운전자의 몸을 제대로 감싸고 보호할 수 있는 스포츠 시트를 적용하고 고급스러운 소재를 기반으로 하는 대시보드 및 센터페시아, 도어트림 등을 갖췄다.
게다가 다단화된 변속기 덕분에 정속 주행에서는 무척 낮은 RPM을 유지하기 때문에 차량이 날뛰거나 순간적으로 강한 충격이 실내로 유입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성능 타이어를 탑재한 덕에 노후화된 구간을 지날 때에는 순간적으로 충격이 느껴지는 건 사실이지만 기본적으로 노면의 충격을 적극적으로 거르려는 특성을 갖춘 서스펜션 덕분에 승차감 등만 고려한다면 일상 속에서도 데일리카로 활용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얼마나 달렸을까?
자유로 위의 차량이 대거 줄어들었고, 도로 위 표지판에서도 자유로의 끝을 알리는 임진각, 통일대교 등을 알리는 표지판이 보이기 시작했다. 계기판의 주행 거리도 어느새 50km에 가까워졌다.
남은 거리, V8 엔진의 출력을 모두 꺼내보고 싶었지만 연비 측정이라는 제 1 목적을 계속 떠올려 페이스를 유지하며 마지막 주행까지 마무리할 수 있었다.
기대 이상의 효율성, CTS-V
주행을 모두 마치고 차량을 도로 한 켠에 세워 트립 컴퓨터를 확인했다. 주행 거리는 50.7km로 측정되었고 평균 연비는 무려 13.1km/L로 확인되었다. 6.7km/L의 복합 연비든, 8.6km/L의 고속 연비 등 모든 수치를 고려하더라도 무척 뛰어난 실연비라 할 수 있다.
이는 역시 대배기량의 특성 상 정속 주행에서 낮은 RPM을 유지할 수 있던 점과 부하가 적은 상황에서 실린더의 절반을 작동 중지시키는 액티브 퓨얼 매니지먼트 시스템 등의 효과라 할 수 있다.
캐딜락 CTS-V, 압도적인 출력도 인상적이지만 기대 이상의 효율성 역시 인상적이었다.
한국일보 모클팀 - 김학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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