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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아프리카 모범국가… 북부 이슬람 세력 위협 속 ‘통합-안정 분수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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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아프리카 모범국가… 북부 이슬람 세력 위협 속 ‘통합-안정 분수령’

입력
2018.06.21 20:00
수정
2018.06.21 21:48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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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부 안정-실업 정책 실패 비판 속 케이타 현 대통령 재선 도전 선언 시세 前재무장관 등 야권 후보 12명 수도에선 선거 투명성 요구 집회 북부 무장 단체들 준동 이어지면 남부만의 반쪽 대선 될 가능성도
지난달 28일 말리 수도 바마코에서 한 시민이 대통령의 다음 대선 출마 선언에 대한 신문기사를 읽고 있다. 바마코=AFP 연합뉴스
지난달 28일 말리 수도 바마코에서 한 시민이 대통령의 다음 대선 출마 선언에 대한 신문기사를 읽고 있다. 바마코=AFP 연합뉴스

“서아프리카 말리의 2018년 대선은 말리의 안정을 위해 평화롭고 투명하며 신뢰할 수 있게 치러져야 한다.”

지난 2일(현지시간) 말리에서 반정부 시위 발생 후 유럽연합(EU)은 대변인 성명을 통해 “표현의 자유를 존중한다”며 “EU는 선거감시단 배치 등 말리의 평화로운 대선 일정을 도울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말리 수도 바마코에서 발생한 시위는 다음달 29일로 예정된 대통령 선거의 투명성을 요구하는 집회였다. 야당 지도자들이 중심이 돼 언론에 대한 완전한 접근 허용 등 공정한 선거 캠페인을 요구하는 가두 행진을 벌였다. 시위 주최측은 평화 시위라고 주장했지만 최루탄을 동원한 경찰의 강경 진압으로 이날 30여명이 병원으로 실려갔다.

말리 사회는 요즘 온통 대통령 선거에 관심이 쏠려 있다. 바마코 시위의 혼란이 채 수습되기도 전인 4일 이브라힘 부바카르 케이타(73) 말리 대통령은 국영TV를 통해 재선 도전 계획을 발표했다. 그는 이슬람 과격 무장세력의 위협이 계속되는 말리 북부지역의 안정을 이끌어내지 못했고 청년실업 해결에 실패했다는 비판에도 “나를 다시 한 번 믿어달라”고 국민에게 호소했다. 이미 야권에서는 수마일레 시세(68) 전 재무장관을 비롯해 12명의 후보가 출마 의사를 밝힌 상태다. 케이타 대통령의 재선 도전 선언 이후 바마코에서는 지난 8일에도 야당 지지자 수천 명이 선거 투명성과 공정한 보도를 외치며 거리 행진을 벌였다.

지난달 현지 매체 아프리크7은 “말리의 7월29일 대선은 2012년 이후 지하디스트(이슬람 성전주의자)가 장악한 북부 지역의 불안정한 분위기 속에 치러질 것임을 기억해야 한다”고 전했다.

말리는 한때 정치적으로 안정되고 경제적으로 성장을 이어온 ‘아프리카의 모범 국가’라는 평을 받았다. 하지만 다른 아프리카 국가처럼 예외 없이 부족 간 갈등이 불씨가 돼 혼란이 커졌다. 프랑스의 옛 식민지였던 말리는 세네갈, 니제르, 마다가스카르 등과 함께 1960년 독립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독립한 아프리카 국가들은 서구 열강의 이해관계를 바탕으로 국경이 정해지면서 부족 간 갈등 심화로 내전을 겪게 된 경우가 많다.

말리의 불안정은 북부 지역에 거주하는 투아레그족이 분리 독립을 요구한 데서 비롯됐다. 1989년부터 강력한 자치를 요구해 온 투아레그족은 1990년 6월 아자와드독립국 신설을 위한 아자와드민족해방운동(MNLA)을 결성해 반정부 투쟁을 시작했다. 2012년 3월 군부 쿠데타가 발생하자 이들은 주로 사막인 북부 지역을 장악했다. 여기에 알카에다 북아프리카지부(AQIM)와 AQIM에서 떨어져 나온 ‘서부아프리카의 통일과 지하드를 위한 운동(MOJWA)’, 투아레그족 출신이 주도하는 안사르딘 등 이슬람 세력이 빈곤과 부패를 토양 삼아 이 지역에서 세력을 키웠다.

이듬해인 2013년 프랑스 주도의 군사작전으로 지하디스트들은 대부분 축출됐지만 이후 북부 지역은 정부로부터 버림 받은 영토이자 불법 행위와 무장 세력이 활개치는 영토가 됐다. 프랑스군이 이슬람 반군을 축출한 지 5년이 흘렀지만 반군 준동으로 이 지역은 여전히 정세 불안이 이어지고 있다. 2015년 말리 정부와 투아레그족 사이의 평화협정이 맺어지고 유엔 평화유지군이 주둔하고 있지만 여전히 전투가 빈발하고 있다. 북부 지역에 국한됐던 지하디스트 활동이 최근 2년 동안 중부와 남부뿐 아니라 국경을 넘어 이웃한 부르키나파소와 니제르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따라서 오랜 시간 누적돼 온 북부 투아레그족과 남부 말리인의 적대 감정을 해소하는 것은 말리 사회 통합의 최우선 과제이자 이번 대선의 핵심 이슈다. 말리는 북부 지역 정서가 불안한 가운데 유엔 평화유지군의 지원 아래 실시된 2013년 7월28일 대선 이후 총선과 지방선거 등 선거 일정이 계속 연기돼 왔다. 지난해 12월17일로 예정돼 있던 지방선거는 올해 4월로, 다시 올해 말로 연기됐다.

대통령 선거도 비슷한 상황이다. 북부 지역에서 무장단체들의 관공서 무장 점거 등의 혼란이 이어진다면, 이 지역이 빠진 채로 반쪽 짜리 대선이 치러질 수 밖에 없다. 선거는 다음달 29일 치러지고 이 선거에서 과반수를 득표한 후보가 없을 경우 8월12일 2차 선거가 열린다.

대선일까지 불과 한달 남짓 남아 있지만 결과를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 가장 유력한 후보는 재선에 도전하는 케이타 대통령과 야권 대표 주자인 시세 전 재무장관이다. 2000년까지 민주연합당(ADEMA) 소속이던 케이타는 탈당해 말리연합당(RPM)을 창당했다. 과거 총리(1994~2000년)와 국회의장(2002~2007년)을 지냈고 2002년과 2007년에도 대선에 출마한 경험이 있어 가장 유력한 후보자 중 한 사람으로 꼽힌다. 2007년 대선 때는 결선(2차 선거)까지 진출했다가 결선에서 패했다. 안보 이슈가 판세를 흔드는 주요 변수로 작용하는 한 우위를 점할 가능성이 높다.

민주공화당(URD)의 시세는 경제전문가로 과거 재무부 장관(1993~2000년)을 지냈고 서아프리카경제통화동맹(UEMOA) 위원장(2004~2011년)으로도 활동한 경력이 있다. 케이타 다음으로 결선에 진출할 가능성이 높은 후보라는 평이다. 아프리카 대륙의 사회 변혁을 위한 ‘스마트 아프리카’ 이니셔티브를 창안한 아마돈 투레도 주목 받는 후보 중 한 사람이다.

케이타 대통령은 2013년 77%가 넘는 득표율로 당선됐지만 국가 상황을 근본적으로 개선하지 못했다는 인식으로 최근에는 케이타에 대한 불만을 쏟아내는 이들이 늘고 있다. 지난해 4분기 프리드리히 에버트 재단이 말리인 2,15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0%가 케이타의 국정 운영 방식에 만족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만족한다’는 응답은 38.9%에 불과했다.

집권당과 야권 모두 각자 승리 가능성을 주장하고 있지만 어떤 후보도 말리 국민의 삶을 개선하고 국가를 재건하기 위한 구체적 제안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인터넷 매체 릴리프웹은 지난 3월 대선 관련 기사에서 “후보들은 안보 상황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이용할 것”이라며 “이는 곧 누가 당선되더라도 선거 후 무력 충돌이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고 분석했다.

이번 말리 대통령 선거는 운영상으로 큰 도전에 직면해 있기도 하다. 말리 정부는 선거기구의 신뢰성과 투명성 보장을 위해 새로운 방식의 생체인식 신분증을 사용할 계획이다. 이는 2013년에 유권자 신분증 지급과 선거인 명부 작성 문제를 놓고 부정선거 논란이 일었던 ‘국가 식별 번호(NINA)’ 체제를 대체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교체 비용 등의 문제로 또 다른 혼란을 야기하리라는 게 현지 언론의 분석이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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