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의 자유 침해” 6대 3 의견으로 결정
병역기피자 처벌 규정은 합헌
정부ㆍ국회, 내년 말까지 입법화해야
국방부 “대체복무 기간 3년가량 검토”
종교나 신념 등을 이유로 집총ㆍ입대를 거부하는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사회봉사 등으로 병역을 대신하는 길이 열리게 됐다. 헌법재판소가 대체복무 없는 현행법이 헌법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함에 따라, 정부와 국회는 내년 말까지 대체복무 방안을 만들어 입법화해야 한다.
헌재는 28일 병역법 관련 위헌법률심판제청과 헌법소원 심판 사건에서 ‘병역의 종류’를 규정한 이 법 5조 1항에 대해 재판관 6(헌법불합치)대 3(각하)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병역법 5조 1항은 병역을 ▦현역 ▦예비역 ▦보충역(사회복무ㆍ공중보건의 등) ▦병역준비역(징병검사ㆍ현역입영 대상자) ▦전시근로역(전시 군사지원 업무) 등 다섯 가지로만 한정하고 있다. 신체검사 등급이나 직업(의사ㆍ변호사), 특기 등을 통해서만 현역을 면할 수 있을 뿐, 종교나 신념으로 현역을 피할 수 없도록 한 규정이다.
헌재는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대체복무를 따로 정하지 않은 것은 과잉금지원칙(정당한 목적, 적절한 방법, 균형된 법익, 최소한의 제한으로만 기본권을 제한해야 하는 것)에 위배돼,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판단했다.이어 “국가는 대체복무제도를 도입해, 병역종류 제한에 따른 기본권 침해 상황을 없앨 의무가 있다”라며 “내년 12월 31일까지 국회가 법을 바꿀 때까지만 이 효력이 적용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헌재는 병역기피자의 처벌을 규정한 병역법 제88조1항에 대해서는 재판관 4(합헌)대 4(일부위헌)대 1(각하)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위헌이 되려면 재판관 6명 이상의 위헌 의견이 있어야 한다. 현역입영통지서를 받고서 ‘정당한 사유’ 없이 입영하지 않으면 3년 이하 징역에 처하도록 한 이 조항의 핵심 쟁점은 종교나 신념이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였는데, 헌재는 이를 법 자체 문제가 아닌 법원의 해석의 문제로 판단했다.
다만 대법원이 최근 이 문제를 전원합의체에 넘겨 14년 만에 다시 진지하게 논의하겠다고 밝힌 만큼, 현행 법테두리 안에서도 무죄가 나올 가능성은 높아졌다. 그간 양심적 병역거부자 대부분은 병역의무를 지지 않는 최저 법정형량인 1년6개월의 실형을 받아왔다.
헌재가 헌정 사상 처음으로 입대가 아닌 다른 방식을 통해병역 의무를 다하는 대체복무를 헌법가치 안으로 끌어들임에 따라, 공은 정부와 국회로 넘어가게 됐다. 이날 국방부는 “병역기피로 악용될 우려가 없고, 병역의무 형평성을 확보할 수 있는 합리적 대체복무 방안을 검토해 왔다”라며 “최단시간 내에 정책을 확정하겠다”고 밝혔다. 대체복무제도와 유사하게 여겨지는 사회복무제도 복무 기간을 늘리는 방안이 논의되는 걸 감안해 양심적 병역거부자 복구 기간은 3년 정도를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국회에는 이철희 박주민 전해철 의원이 발의한 대체복무 관련 법안 3건이 계류돼 있는데, 처리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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